“3조원은 너무 높다” 미끄러지는 에코비트 몸값, 태영건설 워크아웃 ‘비상’
에코비트 몸값은 1~2조원? 매각가 하락 가능성 커져
"1조원 어떻게 마련하나" 위기에 빠진 태영그룹 자구안
매각가 비싸도 상관없다? 거래 우위 점한 KKR
태영건설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의 핵심으로 꼽히던 에코비트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3조원 수준으로 제시된 몸값이 순식간에 미끄러지며 태영그룹의 자구안 실현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추후 에코비트 지분 절반을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매각전 전반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에코비트 몸값 ‘3조원’ 가능한가
13일 업계에 따르면 수처리와 폐기물 사업을 영위하는 에코비트의 몸값은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애초 태영그룹은 에코비트의 몸값을 3조원 수준으로 가정하고, 매각 대금 중 1조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 간 연대보증 △향후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 △채권단 지원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에코비트를 3조원 밑으로 매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이 에코비트를 3조원에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실제 태영건설의 손에 쥐어지는 가용 자금은 수천억원에 불과하다. 세금과 KKR 대상 사모채(4,000억원, 이자율 13%) 상환 등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에코비트의 기업가치가 3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부진한 실적, 애매한 매립지 잔존 용량(전체의 20%, 350㎥)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는 몸값(2조원) 수준에서 에코비트가 매각될 경우, 티와이홀딩스는 1조원을 손에 넣게 된다. 이중 KKR로부터 차입한 4,000억원을 제외하면 최종 가용 자금은 6,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매각가가 1조원까지 떨어진다면 남는 돈은 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에코비트 매각 대금을 활용해 태영건설에 1조원을 지원하겠다는 태영그룹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길 잃은 태영그룹 자구안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전에 제시했던 1조6,000억원 규모 자구안은 졸지에 방향성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를 2조원에 매각할 경우 자구안 계획에서 약 400억원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1조원에 매각 시 발생하는 자금 공백은 5,400억원에 달한다. 추가 차입금을 끌어올 여력이 사실상 부족한 현재, 에코비트 매각가 하락은 치명적인 악재라는 의미다.
만약 태영건설이 조기 정상화에 성공해 자구안 규모가 축소될 경우, 에코비트 매각가 하락의 타격 역시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의 조기 정상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태영건설은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 판정을 받은 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은 한국거래소에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태로, 6월 중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꽃놀이패’ 쥔 KKR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에코비트 매각전이 사실상 KKR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에코비트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KKR은 지난해 초 티와이홀딩스에 4,000억원을 대여, 티와이 측 에코비트 지분 50%에 대한 담보권을 확보해 둔 상태다. 추후 에코비트가 비싸게 팔리지 않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에코비트가 시장에서 높은 매각가를 인정받을 경우, KKR은 지분 매각 수익을 올리고 깔끔하게 시장에서 물러날 수 있다. 반대로 매각가가 미끄러진다면 태영그룹 측 지분을 저렴하게 사들이며 추후 자금 회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KKR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몸값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매각 동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장의 매각가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은 사실상 태영그룹뿐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티와이홀딩스 측은 “3조원대 가격에 성공적으로 매각될 수 있도록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성 매수 희망자들에게 데이터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공동 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통해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KKR은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