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관망자금 350조원 ‘역대 최대’, “국내서 150조원 빠져 나갈 수 있다”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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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맴도는 대기 자금, 역대 최대인 350조원 육박
밸류업 윤곽 안 잡히고 '금투세 폐지 여부도 불분명
금투세 도입되면 최대 150조원 韓 증시 이탈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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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주변을 맴도는 자금이 ‘역대 최대’인 3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를 이끌 만한 주도주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등 다른 투자시장도 불안이 커지다 보니 갈 곳을 못 찾은 자금이 단기 보관처에 몰리는 양상이다.

CMA·MMF·투자자예탁금 합계 350조원, 역대 최대치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CMA·MMF·투자자예탁금 합계는 349조8,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48조원가량 불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3일 344조5,073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350조원을 넘본다. CMA·MMF·투자자예탁금은 증시 주변 자금으로 통한다. 주식 투자자의 단기자금 보관처로서 언제든 인출해 현금화할 수 있다.

단기자금이 불어난 것은 기관과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결과다. 기관과 개인은 올 들어 14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20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원 가까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1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9,28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5,590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번째는 SK하이닉스로 3,7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네이버(1,760억원), 셀트리온(1,130억원), 삼성중공업(960억원), LG전자(930억원)가 뒤를 이었다.

정책 불확실성이 ‘매물 폭탄’ 유도

이같은 ‘매물 폭탄’이 쏟아진 것은 정책 불확실성과 맞물린다. 특히 지난 2일 윤곽을 드러낸 밸류업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당 정책엔 상장사가 주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는 7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는 배당 확대 기업에 법인세·배당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들 세제 개정안은 모두 입법 사항으로, 야당은 이 같은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금투세 폐지 여부가 불분명한 점도 투자자 이탈을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공모펀드 등으로 연간 5,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차익의 20~25%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2025년 1월로 유예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금투세 폐지를 선언했지만 최근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150조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를 떠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Dropping graphic arrow. Profit reduction schedule, financial debt graph and income loss 3D arrow vector illustration. Business downturn, company income decline. Decreasing stock market trend
사진=유토이미지

투자 축소 및 사업 계획 연기하는 국내 기업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투자자금 여력을 생산비용으로 돌리는 추세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3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4.2%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요인으로 ‘원자재가격 등 생산비용 증가'(31.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수요·판매 부진으로 신규 투자 필요성 저하'(25.9%), ‘고금리 지속에 따른 투자자금 조달 부담'(21.1%), ‘수출 등 경기 불확실성으로 투자 위험 상승'(14.2%)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투자 회복이 더딘 업종으로는 전방산업과 건설업 위축 속에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비금속광물과 중국 내수 부진 및 공급 확대로 업황 부진을 겪는 철강 업종이 꼽혔다.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거나 지연’이라는 응답이 비금속광물 업종에서는 46.3%, 철강 업종에서는 39.9%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이 계획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등 투자 인센티브 확대, 기회발전 특구 등 지역투자 촉진,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