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납부 대상자 ‘수십만 명’으로 확대될 수도, 원인은 매수세 급증한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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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도입한 금투세, 당시 대상자 1만 명 미만 예측
이후 금리 상승기에 채권 투자 열풍, 2년 만에 매수액 8배↑
금융당국 "금투세 강행에 따른 후폭풍 상상 이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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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이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금투세 납부 대상자가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투세 도입을 결정한 문재인 정권 시절만 해도 납부 대상자가 소수였으나, 이후 금리가 치솟고 채권 가격이 추락하면서 채권 매입에 나선 개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투세 대상자가 훨씬 많아진 만큼 제도 강행에 따른 후폭풍이 상상 이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투세 대상자, 어림잡아도 수만 명 추산

20일 정부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금투세 납부 대상자가 최대 수십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 금투세 도입을 논의할 때 기저에 깔았던 ‘납부 대상자=일부 자산가’라는 전제가 지금은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과세 대상을 1만 명 아래로 봤지만, 지금은 훨씬 많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금투세가 수월하게 국회 통과했던 것은 일부만 납부하는 세금이라는 공감대가 여야 의원 모두 있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내년 시행한다면, 대상자가 몇 명인지 다시 조사해 봐야 한다. 2020년 전의 조사 결과만 가지고 섣불리 시행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최소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16개월간 개인이 매수한 채권 순매수액은 53조원이 넘는다. 인당 1억원을 샀다고 가정하면 금투세 대상자는 53만 명에 달한다.

금투세는 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2월 금투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도입 시기가 2년 유예됐다. ‘소수 자산가에만 해당한다’던 금투세 도입 전제를 흔든 건 금리 상승이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금리 급등과 함께 반비례 관계인 채권 가격이 내려가자 채권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확 늘었다. 향후 금리가 다시 내려갈 때 자본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조5,675억원이던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022년 20조6,113억원, 2023년 37조5,620억원으로 솟구쳤다. 불과 2년 만에 무려 8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매입은 올해 더 적극적인 상태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개인이 사들인 채권 규모는 15조9,780억원에 달한다. 작년에는 월평균 3조원씩 순매수했는데, 올해는 4조원씩 사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동안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53조5,4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에 국채와 회사채를 각각 16조8,846억원, 13조9,111억원 수집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에 관계자는 “국채와 회사채, 기타 금융채(여전채) 등에 대한 개인의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과세인 채권 자본 차익에도 과세

금투세 시행을 앞둔 금융당국의 고민도 이 부분과 맞물린다. 투자자가 채권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자 수익과 자본 차익, 만기 상환 이익이다. 현행 과세 체계에서 정부는 채권의 이자 수익에 대해서만 15.4%의 이자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채권 자본 차익과 만기 상환 이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되면 채권 자본 차익과 만기 상환 이익에도 세금이 붙게 된다. 채권과 해외 주식, 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을 모두 포함해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뒤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차익은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 초과 차익은 25%(지방세 포함 27.5%)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는 이자 수익은 연 2,000만원을 초과할 시 최대 49.5%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을 사는 개인은 대부분 자본 차익을 노린다”며 “그간 비과세 영역이던 자본 차익에 세금이 붙으면 채권 투자 열풍에 뛰어든 수많은 개미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금투세 도입으로 채권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매매차익은 금투세, 이자 수익은 기존과 같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자수익이 다른 이자수익과 합쳐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또 물어야 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금투세 도입 직전인 올해 말 채권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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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도입 시 국내 증시 충격 클 것

개인투자자들도 금투세 도입이 국내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큰손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회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투세 대상자의 수가 전체 투자자의 1%라고 해도 이들이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한국 증시 전체에서 상당히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서도 주식 양도세를 도입했다가 증시가 하락한 사례가 있다. 대만은 1989년 상장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가 한 달 만에 주가가 30% 넘게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고, 1990년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또 금투세 시행으로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더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에게만 부과되는 반면, 금투세 도입에 따른 증권거래세 과실은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로 인하됐고, 올해 0.18%, 내년엔 0.15%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금투세 내막을 파고들면 개인투자자 독박 과세로, 외국인과 기관은 금투세에 해당이 없고 거래세 인하 혜택만 받기 때문”이라며 “외국인과 기관은 기존에 내던 거래세를 적게 내는 거니까 감세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기존에 없던 금투세를 내는데 거래세가 조금 내리기는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세 감소분을 개인이 떠안아야 되는 등 조세 형평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금융 선진국 일부에 한해서 지금 시행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고, 실질적으로는 모든 통계 지표가 후진국에 속하므로 지금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누가 봐도 금융 선진국으로 인정했을 때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도 “금투세 시행 후 수십조 원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긴다면 한국 증시가 상승 동력을 잃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현실적으로 일반주주 보호에 관한 법과 제도가 정착되고 시장이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유예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소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장기투자자 소득세율 인하는 관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