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 ‘부메랑’되나, 인플레이션 자극 가능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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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관세폭탄과 미국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분석 잇따라
골드만삭스"관세율 1%포인트 올라가면 물가 0.1%P 오른다"
IMF, 미중 무역 극에 달할 경우 전 세계 GDP 7% 손실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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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반도체 등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폭탄을 던지면서 관세와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략 산업 보호와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중 관세가 오히려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성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대중 관세, 인플레이션 촉발 및 생산성 하락 우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관세폭탄과 인플레이션의 연관성을 놓고 활발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미국 관세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물가는 0.1%포인트 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관세를 무역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조치가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의 캐서린 러스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약 3,000억 달러(약 406조원) 규모의 관세를 폐지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인플레이션을 0.26%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해당 추정치는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모든 비용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가정하에 도출된 수치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시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미국 가계 비용이 연 평균 1,500달러(약 203만원) 상승할 것이라 추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통상 정책을 총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관세 인상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제조업 고용 증가를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소비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엔 생산이 끝이고, 안전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끝”이라며 “이를 위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폭탄이 세계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미중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GDP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이다. IMF는 무역과 기술 이용 가능성이 붕괴하면 이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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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관세 전쟁 포문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촉발된 이번 갈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당시 미 행정부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한 뒤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의 2차전 격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전체 중국 제품을 과세 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바이든 정부는 대폭 올린 세율을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중국의 핵심 산업에 정밀 타격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관세 인상이 결정된 품목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새로운 3가지 품목(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전지)’이다. 그간 미국 내에서는 이들 3가지 품목 영역에서 발생하는 중국산 제품의 심각한 과잉 공급 문제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중 가장 높은 인상폭이 결정된 품목은 전기차다. 미국은 올해 안에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의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할 방침이다. 리튬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용과 비(非)전기차용 모두 관세율을 7.5%에서 25%로 상향한다. 전기차용 리튬배터리에 대한 관세 조정은 연내, 비전기차용에 대한 관세 조정은 2026년에 추진한다. 태양광전지는 기존의 25%에서 50%로 올해 인상할 계획이다. 신에너지는 바이든 행정부에 있어 반도체 및 인프라와 함께 핵심 치적으로 꼽히는 산업인 동시에, 중국이 가장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수출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기존의 7.5%에서 25%로 연내 3배 이상 인상한다. 여기에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철강 산업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러스트벨트(제조업 쇠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가 비교적 뚜렷하게 반영돼 있다. 미 대선의 6대 경합주 중 펜실베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은 러스트벨트 3개주로 불리는데, 이 중 펜실베니아주는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철강업체인 US스틸의 본사가 있는 곳이며, 미시간주는 전기차 배터리와 신에너지차 생산능력이 높은 지역이다.

레거시(범용) 반도체의 관세는 2025년까지 25%에서 50%로 인상한다. 레거시 반도체는 미 반도체법(칩스법)에서 통상 28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으로 규정한다. 자동차와 가전, 통신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첨단 반도체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욱이 반도체는 신에너지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육성에 매진하는 분야인 만큼,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대중국 제재 조치 중 하나로 관세 인상 카드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무역 압박 이유

이번 조치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에 근거해 실시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통상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상 세율을 감안할 때 결코 가볍지 않은 조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국내 소비를 훨씬 초과하는 생산과 보조금 정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과잉 공급해 타국 제품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이미 유사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자국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 노력했으나,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면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했다. 이에 당시 오바마 정부는 2012년부터 수입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응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십수 년 전과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수입 태양광 패널에 관세 14.25%를 부과하고 있으나 대형 전력 사업에 자주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 왔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 2018년 30%의 관세(이후 단계적으로 인하)를 부과하며 양면형 패널은 면세로 정할 때만 해도 양면형 패널은 점유율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전력 사업에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 수요가 급증하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의 98%를 양면형이 차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중국산 저가 양면형 패널이 전 세계에 과잉 공급되며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미국 업체들은 또다시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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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 시장을 중국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관세 인상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지금도 중국산 전기차는 25%의 관세뿐 아니라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미국에 거의 수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관세를 100%로 올린다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를 미국에 판매하는 건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의 영향력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현황만 봐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1,370만 대로, 이 가운데 무려 59%에 달하는 약 810만 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아울러 IEA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66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와 저렴한 전기차 가격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판매가 25% 증가한 1,0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전망치의 61%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한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지난 3월 40%를 돌파했으며 올 한 해로는 45%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전동화 전환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관세를 100%로 올려도 중국 전기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전기차의 주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 전기차 기업의 미국 수출 물량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우며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만 2,217대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미국의 관세 인상은 일단 중국 전기차의 미국 시장 진입은 차단하겠지만, 글로벌 시장 돌격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