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홍콩 ELS 배상 협의 본격화, H지수 반등에 촉각
KB국민 6,300여 건, 자율 배상 협의 시작
신한 820건 합의, 농협 600건 타결 임박
'비 녹인' ELS H지수 6,500 넘으면 손실 '0'
두 달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 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재 전액 배상을 원하는 투자자들도 많아 합의에 도달하는 건수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우려와 최근 홍콩H지수가 반등해 실제 손실·배상규모가 감소할 수 있단 예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은행권, ELS 배상 협의에 속도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7일부터 지난 1월 만기 도래한 6,300여 건의 ELS 손실확정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한다. 국민은행은 문제가 된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으로, 관련 위원회를 통해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계좌별 배상 비율을 확정한 뒤, 해당 고객에게 국민은행 본사가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수의 고객과 협의·조정에 들어간다. 하나은행은 매달 격주로 배상위원회를 열어 배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배상협의 속도가 빠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까지 배상협의 820건을 마친 만큼 이번 주에는 합의사례가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이번 주 수백건의 자율배상 성사를 앞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1일 손실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뒤 모두 667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배상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69건을 제외한 598건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배상금 지급과 함께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H지수 반등 시 손실·배상 축소될 수도
이런 가운데 최근 6,600선까지 회복한 H지수가 은행·투자자 간 ELS 손실배상 협의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H지수가 6,700선을 회복하고 6,800선에 근접할 경우 당장 다음 달부터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조건이 없는 H지수 ELS 만기 도래 계좌는 모두 이익 상환될 가능성도 있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녹인 조건이 붙은 ELS의 경우 현재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녹인 조건이 없는 ELS의 경우 65%를 각각 넘어야 이자(이익)를 받고 상환할 수 있다.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해 손실이 나더라도 가입 당시 지수 대비 하락률이 곧 손실률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시점 지수가 높을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8월 이후 6,500선 넘으면 손실 ‘제로’
특히 오는 8월 이후부터는 홍콩 H지수가 6,500선만 넘어도 만기가 도래하는 5대 은행 ELS에서 거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H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만기 시점의 이익 분기점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가입 당시 대비 홍콩 H지수가 65~70% 수준만 된다면 관련 ELS에서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H지수 반등에 따라 3년 전에 가입했지만 이익을 보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13일 가입자 11명의 H지수 ELS가 3년 만에 9.9%(연 3.3%)의 수익을 확정하면서 상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 당시 H지수가 1만399.99, 최종 이익 배리어가 6,720.99(65%)였는데, 만기 시점의 지수(6,761.64)가 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같은 날 561건(456억3,000만원)의 이익 상환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