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 ‘투자 혹한기’에 몸값 낮춰 자금 조달 추진
클래스101, 영업손실 이어져 자본잠식 상태
탈잉, 수익성 개선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B2B 전환, 구독경제 도입 등 생존전략 모색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온라인 강의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이 자금 수혈에 나섰다. 현재 회사와 투자자들은 기업가치 300억원 수준에서 투지 유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라운드에서 책정된 기업가치가 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1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클래스101, 기업가치 10분의 1로 낮춰 투자 협의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클래스101은 최근 국내외 주요 벤처캐피털(VC) 등을 대상으로 1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클래스101은 취미부터 창업·부업, 커리어, 어학, 재테크 등 5,300여 개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성장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회원 수 300만 명, 누적 방문자 수 3,5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클래스101은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수백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출범 초기인 2018년 네이버 계열의 VC 스프링캠프로부터 시드를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시리즈 A 라운드에서는 12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고 2021년 시리즈 B 라운드에서는 300억원을 유치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토스, 당근 등 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투자한 미국 VC 굿워터캐피털을 비롯해 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산업은행,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면서 시작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 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대면 활동이 본격 재개되면서 온라인 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고 그사이 매출은 올랐지만, 수익성은 꾸준히 나빠졌다. 벤처기업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클래스101은 2020년 매출 546억원, 영업손실 167억원을 달성했지만, 이듬해인 2021년에는 매출 866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으로 실적이 악화했다.
이번에 클래스101이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이유도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클래스101의 매출은 324억원으로 2022년 기록한 656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영업손실은 231억원, 당기순손실은 255억원이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총계 -327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팬데믹 끝나자 탈잉·야나두 등도 실적 악화
팬데믹 당시 온라인 교육이 주목을 받으면서 클래스101뿐만 아니라 스터디파이, 탈잉 등도 잇달아 대형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21년 탈잉은 클래스101보다 27억원 많은 147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스터디파이도 33억원 상당의 누적 투자를 달성했다. 특히 2021년 진행된 탈잉의 시리즈 B 라운드에는 메가스터디, 엔베스터, 신한대체투자운용, DSC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가 참여했으며 당시 탈잉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9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탈잉 역시 팬데믹 종료와 함께 찾아온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고, 급기야 2022년 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데 이르렀다. 93명이던 인력 규모를 25명까지 줄이고 튜터 대상 정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면서 사업 확장보다는 보수적인 흑자 경영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앞서 진행된 투자 라운드에서 인정받았던 기업평가 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전략적 투자자의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에듀테크 계열사 야나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나두는 2020년 카카오키즈와 통합한 뒤 종합 교육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영어교육뿐 아니라 동기부여 플랫폼 ‘유캔두’와 홈트레이닝 서비스 ‘야핏 사이클’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한때 기업가치가 6,000억원에 달했다. 2021년까지 누적 투자 유치 규모가 400억원을 넘어선 야나두는 2022년 기업가치 1조원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야나두는 수백억원대의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에 성공했지만, 현재는 2년 연속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가 됐다. 매출 정체에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면서 IPO와 관련한 행보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나두의 지난해 말 자본금은 16억원, 자본총계는 -1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자본총계 -129억원 대비 자본잠식 지표가 더욱 악화한 것이다.
야나두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총 875억원의 누적 투자가 오히려 독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야나두는 2014년 40억원, 2018년 130억원, 2020년 405억원, 2022년 300억원 투자를 성사시켰는데 이에 따른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채와 파생상품 부채 총액은 2023년 말 기준 907억원으로 불어났다. 실적 부진도 자본잠식을 부추겼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2021년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 -90억원, 당기순이익 -390억원 △2022년 매출 931억원, 영업이익 -364억원, 당기순이익 -525억원 △2023년 매출 844억원, 영업이익 -130억원, 당기순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영업손실의 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온라인 교육 업계, BM 전환 등 생존전략 모색
이에 해당 기업들은 엔데믹 이후 투자 혹한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은 악화한 수익성을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클래스101은 사업모델(BM)을 바꿨다. 기존 ‘개별 구매’ 방식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한 것으로 연간 구독 모델을 통해 월 1만원대로 모든 클래스를 수강하는 방식이다.
또 지인이 결제한 구독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그룹 플랜’ 서비스도 도입했다. 온라인 클래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타 플랫폼에 비해 5,000개 이상의 클래스를 확보했다는 점이 구독경제 시스템의 도입이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총 3차례에 걸쳐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수는 360명 수준에서 100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탈잉도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거쳐 2023년 상반기 전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해 2분기부터는 성장을 재개하기 시작해 해당 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46%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월 영업이익 1억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월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탈잉 관계자는 B2B 사업 ‘탈잉BIZ’의 강화, 챗GPT·전세 사기 등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콘텐츠의 성공, 마케팅 전략의 변화 등을 턴어라운드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탈잉은 당분간 흑자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카테고리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고 튜터들이 자유롭게 VOD를 업로드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론칭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