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겨우 껐네” 6,500억원 수혈 성공한 신세계건설, 재무 부담 덜었다
신세계건설, 6,500억원 유동성 신규 확보
불어나는 손실과 우발채무로 위기 가중된 상황
자산 매각·사모사채 발행 등으로 회생 노린다
신세계건설이 신종자본증권을 신규 발행하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악재가 누적되는 가운데, 부채비율을 적극 조정하며 재무 부담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신세계건설,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28일 신세계건설은 이사회를 열고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승인을 의결했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인수할 예정이다. 모회사 이마트는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며 힘을 보탰다.
청약 및 납입일은 29일이며,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7.078%다. 3년 후 2.5%p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이
후 4년간 매년 0.5%p 금리가 가산된다. 사채 만기일은 2054년 5월 29일까지로 30년이지만, 사실상 ‘영구채’로 평가된다. 영구채는 표면적인 만기가 존재하지만 발행 회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계속 연기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회사채다.
신세계건설 측은 이번 6,500억원의 추가 조달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자금 수요 이상의 유동성 대응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807%에 달했던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금 인수 후 200% 아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금액 전액을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의 ‘위기’
업계에서도 신세계건설이 이번 유동성 확보를 통해 재무 부담을 일부 해소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최근 수 분기 동안 신세계건설은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신세계건설의 영업손실은 1,87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121억원) 대비 1,757억원 폭증한 수준이다. 공사 원가 상승 및 미분양에 따른 충당금 지출 등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시행사 부도로 인해 떠안은 PF 우발채무 부담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PF 우발채무는 △구리갈매지식산업센터 이자지급보증(420억원) △연신내 복합개발 연대보증(120억원) 및 자금보충(300억원) △목동 KT 부지 개발사업 연대보증(500억원) 등 총 1,340억원 수준이다.
대구 지역을 비롯한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의 장기 적체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에 의하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공급 과잉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총 6,291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빌리브헤리티지(분양률 22.6%), 빌리브루센트(,21.6%), 빌리브라디체(22.9%) 등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의 총도급액은 3,300억원이다.
“어떻게든 살려라” 쇄신 움직임
이에 신세계건설은 상황을 뒤집기 위해 유동성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1월 신세계그룹의 정보통신(IT)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신세계아이앤씨, 금융기관 등을 통해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세계건설이 2,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금융기관(1,400억원)과 신세계아이앤씨(600억원)가 각각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2월에는 조선호텔앤리조트에 1,819억6,200만원 규모 레저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도 했다. 양수도 대상이 된 신세계건설의 레저사업 부문은 경기 여주시 자유 씨씨(CC·18홀), 경기 여주시 트리니티클럽(18홀), 아쿠아필드(하남·고양·안성 스타필드 내 3곳), 조경 사업 등이다. 해당 거래를 통해 신세계건설은 300억원의 자본을 확보함과 동시에 부채로 인식되는 약 2,700억원 규모 골프장 회원 입회금 소멸에 성공했다.
경영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도 단행했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건설 정두영 대표를 경질하고 새로운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허병훈 부사장은 그룹의 재무 관리를 총괄해 온 인물로, 신세계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회복시킬 적임자로 꼽힌다. 김상윤 영업본부장과 정성진 영업담당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인사를 두고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룹 내부에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참고해 수시로 인사를 진행하겠단 방침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