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열기 후끈, AI 관련주에 몰리는 개미들
확장되는 AI 테마, 너도나도 AI 관련주 투자
개미 상위 10개 종목 중 기술주 비중 50%
‘KODEX 미국AI테크TOP10+15% 프리미엄’도 인기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주식 투자 잔액 가운데 미국 주식 비중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테마가 급격한 인기를 끌면서 개인 투자자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 중 기술주 비중만 5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학개미들, AI 대형 기술주에 몰빵’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28일 ‘내국인의 해외투자 현황 및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분산 투자 성향을 보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고위험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보관 잔액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79.9%에서 지난해 말 88.5%로 올랐고, 지난달 들어서는 90%에 육박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의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에는 전기·전자, 은행, 원자재 관련 종목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들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AI와 가상자산 테마 열풍을 등에 업은 대형 기술주들이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에서 다수를 점했다.
이들 4개 종목의 순매수 금액 비중도 상위 10개 종목 순매수 총 35억 달러(약 4조8,000억원) 중 17억1,000만 달러(48.9%)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나마 테슬라를 임의로 기술주에서 제외한 결과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중동 불안,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증시가 다소 부진했던 지난달에도 고위험 투자를 늘려왔다.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 중 레버리지나 비트코인 관련 고위험 투자 비중이 지난 1~3월 15%에서 4~5월 41%로 크게 확대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I 관련 ETF도 선풍적 인기, 첫날 완판 행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미국AI테크TOP10+15% 프리미엄’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AI 관련주의 높은 수익률에 더해 매달 안정적인 배당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입소문에 투자금이 몰린 것이다.
KODEX 미국AI테크TOP10+15% 프리미엄의 상장 첫날인 지난달 28일 개인 순매수 자금은 1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국내 전체 상장된 870개 ETF 중 개인 순매수 기록 1위다. 기관 자금까지 합치면 초기 상장 설정액인 2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대 이상의 매수세가 몰리자 유동성공급자(LP)를 맡은 증권사들은 추가로 300억원어치를 설정해 대응했고 이날도 59억원이 추가 순유입됐다.
KODEX 미국AI테크TOP10+15% 프리미엄 ETF는 미국 AI 관련주의 높은 기대 수익률에 커버드콜 전략을 더한 상품으로 엔비디아,브로드컴,AMD,TSMC,메타,애플,알파벳,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AI 핵심주 10개에 투자한다. 동시에 자산의 20~40%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으로 운용한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얻은 수익을 분배금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ETF는 매주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에서 커버드콜 자산을 늘리고,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에선 이를 줄인다. 이를 통해 매달 1.25%(연 15%) 수준의 월 배당 지급을 목표로 운용한다. 환노출형으로 설계돼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수익률이 올라가는 구조다. KEDI 미국AI테크TOP10+15% 프리미엄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17.7%(5월 23일 기준)로,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5%)보다 15.2%포인트 앞선 수치다.
테마주의 명과 암, 투자 유의해야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상승 속도가 빨랐던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이차전지주와 함께 국내 증시 대표 테마로 자리 잡았던 의료 AI 관련주들은 반년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증시에서 AI 열풍은 계속되고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진한 실적과 단기간 주가 폭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의료 AI 기업 루닛이 대표적이다. 5일 기준 루닛은 전일 대비 600원(1.10%) 하락한 53,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22년 말 1만4,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해 9월 중순 13만5,000원까지 838.0%나 폭등했지만, 이후 반년여 동안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타면서 현재는 고점 대비 60%가량 떨어졌다.
루닛과 함께 의료 AI 테마에서 4대장으로 꼽혔던 뷰노, 제이엘케이, 딥노이드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9월 주가 고점은 연초 대비로 뷰노가 1,013.8%, 제이엘케이 1,139.7%, 딥노이드는 497.4%나 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 현재 고점 대비 주가 수익률은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