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의존도 낮춰라” 재편되는 韓·美·日 무역 생태계
올해 5월까지 발생한 '대미 수출', 대중 수출보다 많아
지난해 최대치까지 치솟은 일본 대미 수출액, 중국은 '휘청'
중국산 수입 줄이는 미국, 中 1위 대미 수출국 자리 뺏겼다
올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대중(對中) 수출 규모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20여 년간 한국의 1위 수출국 자리를 지키던 중국의 입지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및 우방국 역시 ‘탈중국’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며 대중 무역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가는 양상이다.
급증하는 대미 수출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대미 수출 규모는 533억 달러(약 73조4,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뤄진 대중 수출(529억9,000만 달러) 대비 6억1,000만 달러(약 8,4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02년 이후 22년 만에 국내 ‘수출 1위’ 자리가 뒤집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대미 수출은 2020년 741억1,000만 달러(약 102조1,500억원)에서 2021년 959억 달러(약 132조1,900억원)로 증가했고, 2022년엔 1,097억7,000만 달러(약 151조3,000억원)로 사상 첫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1,157억1,00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이는 같은 기간 대중 수출(1,248억1,000만 달러)보다 91억 달러(약 12조5,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2004년 이후 19년 만에 최소 수출액 격차를 기록하며 중국을 바짝 뒤쫓은 것이다.
대기업의 대미 수출은 이미 지난해 20년 만에 대중 수출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대기업 대미 수출은 795억2,000만 달러(약 109조6,100억원)로 대중 수출(76억3,000만 달러) 대비 32억3,000만 달러(약 4조4,500억원) 많았다. 고수익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자동차와 일반기계류 등의 수출이 증가한 결과다. 반면 대기업의 대중 수출은 2021년 1,080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엔 800억 달러를 밑돌았다.
美·日 대중 무역 의존도 감소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나란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거진 무역 분쟁으로 인해 서방국·미국 우호국 등이 줄줄이 공급망을 재편한 결과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무역 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2018년 대비 2.5%p 낮아졌다. 한국(-1.5%p)과 일본(-1.7%p)의 점유율 역시 나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중국의 무역 시장 내 빈자리는 미국이 채웠다. 특히 일본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20조2,688억 엔(약 17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35.5% 증가한 5조8,439억 엔(약 5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수출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같은 기간 6.5% 감소한 17조7,646억 엔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품의 대미 수출은 4,272억 달러(약 588조원)로 전년 대비 1,091억 달러(20.3%)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멕시코 상품의 대미 수출은 4,756억 달러로 208억 달러(4.6%) 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6년 만에 1위 대미 수출국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주요 공급망도 ‘탈중국’
이들 국가의 탈중국 움직임은 무역 시장을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일례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이후 제3국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58%까지 낮췄으며, 2025년까지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현재는 경제산업성의 ‘3R(Reduce, Replace, Recycling) 정책’에 따라 산하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환경·인권 문제 등을 앞세워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며 첨단 기술을 앞세운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자국 내 에너지·자원 생산 기반을 재건해 자체 공급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우방국 위주의 공급망을 공고히 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희토류 등 금속 자원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희토류 공급망 확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이다. 앞서 미국은 2022년 6월 국무부 주도로 한국·일본·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호주·EU 등 14개국과 함께 MSP를 결성한 바 있다. MSP는 지난해 10월 회의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잠비아 등 주요 자원 부국을 초청, 핵심 광물 공급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주요 7개국(G7)은 MSP와 별개로 지난해 7월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을 중국에 어느 정도 의존할지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중국 외 국가의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투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