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출범 7년, ‘대안 신용평가모델’ 차별화 실패 “연체율 시증은행 3배”
인뱅 3사, 금융 혁신·포용 금융 노력했지만 경쟁 촉진은 미완
주담대, 대환대출 등으로 쏠린 영업행태 관련 지적도 잇따라
자체 개발 신용평가모델 차별화 실패로 부실 대출 급속 증가
정부가 금융 혁신의 첨병으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지 7년이 지났지만 제 역할이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금융거래이력부족자·thin filer)를 포용하고 은행 산업 경쟁을 촉진할 메기가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앱 혁신은 성과, 경쟁 유발 효과는 미미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은행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를 열고 각계의 전문가를 초청해 그간의 성과와 향후 제도 운영에 있어 고려해야 할 주요 이슈에 대해 점검했다. 제4 인터넷은행의 시장 진입 허용을 앞둔 상황에서 실효성있고 효과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금융위원회 역시 하반기 중 발표할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기준 마련에 이 자리에서의 다양한 평가를 참고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소비자 이용 행태 변화 및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금융 확산과 새로운 상품 출시 등을 통해 기존 은행권의 영업 방식까지도 바꿔냈다는 평가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은행 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앱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으며 대형 시중은행이 이를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앱은 컨슈머인사이트 등 소비자 만족 부분에서 기존 은행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많은 노력을 해준 덕에 기존 전통 은행권에도 많은 자극이 됐다”며 “시중은행 앱의 편의성이 높아진 것은 인터넷은행이 불러일으킨 효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경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영업 초기인 2017년에서 2019년경에는 시중은행 대비 평균 예금 금리가 높았으나, 2023년 기준 인터넷은행 예금 금리는 2.1%로 시중은행 평균(2.6%) 대비 0.5%p 낮고, 대출 금리는 6.0%로 시중은행보다 1.0%p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은행 도입 목적 중 하나였던 산업 경쟁 유발 효과도 미미했다. 전체 예금시장에서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l-Hirschman Index, HHI)는 2015년 이후 줄곧 1,200대 선에서 횡보하고 있는 데다, CR3(시장점유율 상위 3대 은행의 점유율 합) 역시 47%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 시장에서는 시장 집중도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200~1,300대에 머물고 있으며, CR3는 44%대 수준을 나타냈다. 씬파일러에 대한 신용공급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1분기 깡통대출 54.7% 증가, 연체율도 비상등
인터넷은행 도입 당시 금융당국이 가장 주안점을 뒀던 대안 신용평가모델(CSS) 개발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공급 및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는 2021년 5월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 발표 이후 이행 실적에 대한 관리·감독이 시행되면서 본격화됐는데, 결과적으로 시중은행의 기존 신용평가모형과 큰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은 당초 설립 취지인 ‘포용 금융 확대’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렸지만 이자도 받지 못하는 깡통대출(무수익여신)이 증가하면서 건전성 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인 30%를 모두 넘겼으나, 부실채권 규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3사의 1분기 부실채권 규모는 4,784억원으로, 전년(3,339억원)보다 43.3%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가 1,84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토스뱅크 1,651억원, 케이뱅크 1,28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중도 0.20%p 높아져 0.68%를 기록했다. 올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0.28%)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부실채권이 늘면서 무수익여신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3사의 총 무수익여신 규모는 5,326억원으로, 전년 동기(3,441억원) 대비 54.7%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 1,835억원, 토스뱅크 1,389억원, 케이뱅크 2,102억원 순이다. 무수익여신 비율도 시중은행을 크게 웃돈다. 3사의 1분기 무수익여신 비율은 케이뱅크 1.42%, 카카오뱅크 0.44%, 토스뱅크 1.00%로 5대 시중은행의 0.19%~0.26%에 비해 상당히 높다. 연체율 역시 영업 개시 이래 지속 상승세를 보이며 위태로운 모습이다.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1분기 0.92%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0.31%)의 3배를 상회한다.
부실채권 중 93%가 악성, ‘신용평가모델 고도화’ 시급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개인 대출 시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 많아 일단 부실이 시작되면 회수하기가 어렵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의 올 1분기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 무려 93.31%가 담보가 없는 ‘회수 의문’ 채권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 손실’ 채권으로 분류됐다. 담보가 있는 채권과 비교하면 부실 발생 시 회수가 더 어려워지는 악성 채권인 셈이다. 이 같은 악성 채권은 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다만 인터넷은행 3사는 당분간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개인 신용대출만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했지만 금융 당국이 앞으로는 소호(SOHO) 신용 평점 4등급 이하 개인사업자의 신용대출과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를 초과한 대출 잔액도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갈아타기 효과로 올 1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원 가까이 늘어남에 따라 중·저신용대출을 확대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3사는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먼저 자체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활용 중인 카카오뱅크는 업종별 특화 모형을 적용해 평가에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현재 음식점 사업자 등에 특화 모형을 적용 중인 가운데 올 1분기에는 e커머스 셀러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에 특화한 해석 가능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최초로 네이버페이와 협업해 올 3월 ‘네이버페이 스코어’를 도입한 케이뱅크도 이동통신 3사의 신용평가 합작사인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이 출시할 통신 데이터 기반 모형 ‘텔코CB’를 연내 도입해 신용평가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간편 송금 시절부터 축적해 온 자체 데이터에 기존 은행·카드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