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고객 잡아라” 마케팅·사업 확대에 자금 쏟아붓는 카드사들
카드 앱에서 유전자 검사를? 카드사 이색 마케팅 경쟁 심화
핀테크 플랫폼과 손잡고 10만원 내외 캐시백 혜택 제공
마이데이터·디지털 플랫폼 등 신사업 투자 강화 움직임도
최근 국내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각종 이색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장기 미이용 고객에게 캐시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기존 지급결제 사업을 넘어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움직임도 관측되는 추세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혈전’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정 이용자층을 겨냥한 ‘맞춤 상품’을 내놓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카드는 지난 21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협업, 사업자에 최적화된 혜택을 담은 ‘카카오뱅크 비즈니스 현대카드’를 내놨다. KB국민카드도 이달 18일 자영업자를 겨냥한 ‘KB국민 사장님 카드’를 출시했으며, 롯데카드는 개인사업자와 소기업, 법인회원 대상 상품인 ‘로카 코퍼레이트 제우스’를 판매 중이다.
일부 카드사는 자체 카드 앱 이용을 늘리기 위한 이색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앱 ‘KB Pay’는 지난달 중순을 시작으로 현재 4종의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앱 ‘신한 SOL페이’ 앱 내에 커뮤니티 기능, KTX와 SRT 예매 기능 등을 구현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금까지 KTX와 SRT 예매는 각각 코레일톡, SRT 앱에서만 가능했다.
롯데카드는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 운영사인 마크로젠과 업무협약을 체결, 다음 달 중 카드앱 디지로카에 ‘롯데카드 회원 전용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크로젠의 젠톡은 고객이 타액(침)을 담은 키트를 전달하면 129개 유전자에 대해 검사해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롯데카드는 결제 프로모션을 마련하고, 디지로카에서 마크로젠 제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핀테크 플랫폼과 협력 활성화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 역시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최근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6개월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신용카드 회원이 네이버페이 및 카카오페이, 토스 등을 통해 간편결제를 이용할 때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캐시백 규모는 일반적으로 연회비 5만원 미만 카드 기준으로 10만원 안팎 수준이다.
6월 기준 신한카드의 경우 핀테크를 통한 간편결제 시 회원들에게 △네이버페이 11만원 △토스 9만원 △카카오페이 12만원 △카카오뱅크 10만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캐시백 혜택은 △네이버페이 10만원 △토스 9만원 △카카오페이 10만원 △카카오페이 10만원 수준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카카오뱅크 캐시백이 없는 대신 △네이버페이 12만원 △토스 11만원 △카카오페이 11만원으로 신한·삼성카드보다 높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경우 카카오페이 간편결제 이용 시 최대 16만원에 달하는 캐시백을 제공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핀테크 업체의 협력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제휴를 통해 제공하는 캐시백 비용을 납부하는 것은 사실상 카드사로, 함께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은 오히려 카드사들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는 상황”이라며 “고객 유치가 절실한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개발비 투자도 급증
한편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투자 움직임은 본업인 지급결제 부문을 넘어 신사업 부문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발비 항목을 공시하고 있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 1분기 개발비 총합은 4,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906억원) 대비 6.96% 증가한 수준이다. 개발비는 마이데이터, 디지털 플랫폼 등 카드사가 신사업을 구축하는 데 들이는 비용을 일컫는 용어다.
개발비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 곳은 하나카드다. 올해 1분기 하나카드의 개발비는 694억원으로 전년 동기(523억원) 대비 32.70% 증가했다. 최근 진행한 포털 구축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개발비에 포함된 결과다. 지난 1월 하나카드는 IT서비스 전문 기업 코오롱베니트와 기존 데이터 플랫폼을 ‘클라우데라 데이터 플랫폼(CDP)’으로 고도화하고,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데이터 포털’을 구축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독자가맹점 구축을 진행 중인 우리카드의 개발비도 8.87% 증가한 52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7월부터 BC카드의 가맹점 관리·결제망 대행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가맹점 운영을 개시한 바 있다. 이외로도 △현대카드 835억원(전년 대비 4.38% 증가) △신한카드 747억원(3.18% 증가) △롯데카드(2.29% 증가) 등 다수의 카드사가 개발비 투자를 늘리며 신사업 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