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횡령’ 우리은행 검사 확대한 금감원, 내부통제 실패 의혹에 CEO 책임론 띄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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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제재 의지 드러낸 이복현 금감원장, 우리은행에 추가 검사 인력 투입
1단계부터 작동 않은 내부통제 시스템, 은행 최고 책임자에 비판 의견 확산
2년 만에 횡령 사고 또 일으킨 우리은행, 자신하던 '촘촘한 통제망'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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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9일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100억원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추가 검사 인력을 투입하는 등 강력한 제재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장이 직접 “본점에까지 최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이 부실했단 정황이 드러나면서 은행권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한 데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우리은행 현장 검사에 인력 추가 투입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현장 검사에 인력 3명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총 9명의 검사 인력을 동원해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들여다보겠단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엔 금감원 은행 담당 임원이 직접 우리은행 감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해당 임원은 사고 발생 지점뿐 아니라 본점 차원의 여신 관련 업무 절차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와 지점 관리 및 사고 예방 실패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내달 초까지로 예정된 검사 시한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필요시 본점에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한 만큼, 당초 예상보다 더 고강도의 제재가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오는 추세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영업점뿐만 아니라 본점 단계의 관리 실패도 점검하고 있다”며 “본점의 관리 실패가 있다면 현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이 원장은 “영업점 일선에서의 방어체계, 본점 여신, 감사단 소위 3중 방어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본점의 문제가 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필요시에는 은행장 등 CEO 처벌까지 불사하겠단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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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CEO 책임론 확산, 우리은행이 ‘시범 케이스’되나

이처럼 금감원이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내비친 건 횡령 액수가 당초 알려졌던 100억원보다 더 클 수 있단 의혹이 확산한 영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A씨는 대출을 신청한 업체로부터 각종 서류의 여분을 받아둔 뒤 이 서류로 기업 몰래 법인 계좌를 만들고 대출을 실행해 돈을 빼돌렸다. 총 10여 개 업체의 명의로 ‘대출액 10억원 이하, 만기 3개월 미만’ 대출을 쪼개 받는 방식으로 총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횡령한 것이다.

통상 대출서류로 사본을 제출할 경우 감리 과정에서 들통날 여지가 크다. 이에 A씨는 업체 측에 원본을 여러 장 제출하라고 사전에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도 큰 의심 없이 서류를 제출했다.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주거래은행에서 요구한 것인 데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워낙 많아 몇 장씩 내야 하는지 일일이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허위 대출에 연루된 10여 개 기업 모두 신규가 아닌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상술한 내용은 모두 A씨의 자백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A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횡령 기간 이전에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사실이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범행 기간 이전에도 횡령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모두 A씨의 자백을 바탕으로 한 사실관계”라며 “A씨가 취급한 대출 내역을 모두 살펴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고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A씨의 장기간 횡령에도 선제적 대처에 실패한 건 심각한 사안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전재화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등 은행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도 덩달아 커졌다. 횡령 사고를 단순 직원의 일탈행위가 아닌 내부통제 실패의 산물로 해석한다면 그 책임은 행장 등 최고 책임자들이 지는 게 마땅하단 지적이다. 이 원장이 책무구조도 등 CEO 처벌 법규가 본격 시행되기 전부터 강력 제재를 시사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을 고질적인 은행권 비리에 대한 시범 케이스로 활용할 수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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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정황, 발등에 불 떨어진 우리은행

특히 최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이 부실했단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을 향한 금감원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지는 모양새다. 통상 여신 감사는 ‘지점-본점-감사단’을 거쳐 3단계로 이뤄진다. 그런데 A씨의 횡령 정황을 해당 지점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단 건, 1단계에서부터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단 방증이다. 실제 금감원 감사에 따르면 이 지점에 배치된 준법 감시 담당자, 내부통제 담당자는 횡령에 따른 이상 징후를 일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이미 수년 전에도 지적된 바 있단 점이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선 차장급 직원이 712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내부통제 부실 담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이후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후속 조치로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내놨다. 전 직원이 지점장급으로 승진하기 전에 내부통제 업무를 필수로 맡도록 의무화하고 현장에 내부통제 전담 인력도 새로 배치하겠단 게 골자였다. 내부통제 혁신 방안 마련 후 우리은행 측은 ‘촘촘한 통제망’에 거듭 자신감을 표했다. 지난해 3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직후 “빈틈없는 내부통제”를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A씨가 아무런 통제 없이 대규모 횡령 사고를 일으켰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선 ‘실체 없는 통제망’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은행 측이 강조한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가 허상에 불과했단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선 일상적인 업무 관행의 폐단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급자 결재가 필요한 안건을 구두로 허락받는 등 안일한 행정이 사건의 발단일 수 있단 시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씨가 일상적으로 했던 업무 관행의 빈틈을 노리면서 내부통제망이 처음부터 무력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건 차후 조사 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겠지만, 우리은행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만큼 발 빠른 조치를 이룰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