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매판매 반등했지만 디플레이션 우려 여전, 대중국 수출 전망도 먹구름
중국 5월 소매판매 예상 웃돌았지만 여타지표 여전히 저조
집값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부동산 투자도 10% 이상 감소
中 내수 부진→韓 수출 감소, 지난해 무역 수지 적자 전환
수출 특수 상실·첨단 기술력 추월 등으로 적자 지속 전망
중국의 5월 소매판매가 정부의 소비 촉진책 영향으로 소폭 회복했지만, 생산과 투자 지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가격 하락폭은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되면서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중국 수출 전망에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추월로 우리 중간재의 중국시장 장악력이 깨진 데다, 중국 내 자국기업 우선주의가 강해지면서 수출 환경 자체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5월 소매판매 3.7%↑ 증가, 생산·투자 지표는 부진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6.2%를 밑도는 수준이자 전월 증가폭(6.7%)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지난 3월 꺾였던 그래프가 4월 우상향하고도 5월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2분기 산업 현장 상황도 전망이 어려워졌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예상치(3.0%)는 물론 전월 증가폭(2.3%)을 상회했다. 다만 이 같은 깜짝 호조에는 5월 단오절 연휴를 비롯해 신차 구매 보조금, 기계 교체 인세티브와 같은 중국 정부의 내수진작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1~2월 증가폭인 5.5%와 비교하면 여전히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타 지표들도 여전히 불안감을 높인다. 1~5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 늘며 예상치(4.2%)에 미치지 못했다. 1~4월 고정자산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집값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중국의 5월 신규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내렸는데, 전월 -3.1%를 넘어선 낙폭을 기록하는 한편 지난해 7월(-0.1%) 이후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의 하락으로, 중국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이 요지부동인 셈이다.
경제 상황이 부진함에 따라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5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1%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다 보니 아파트 등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저조한 것이다. 1~5월 누적 고정자산투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는데 이는 1~4월 누적 4.2%는 물론 시장 기대치인 4.2%를 하회하는 수치다. 지난 1~3월 4.5%로 반짝 성장했던 고정자산투자가 여지없이 우하향하며 시장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내수 부진 심화, 中 시총 1위 기업 ‘마오타이’ 주가 끌어내려
중국 당국은 2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3%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자신하며 소비 진작책인 ‘이구환신(구형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을 추진 중이지만, 각종 경제 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내수 경기 부진과 심각한 물가 하락, 부동산 붕괴, 막대한 지방부채 등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내수 부진은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의 대형주인 마오타이(茅台)의 주가마저 연중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최근 일주일 새 1,000억 위안(약 19조원) 이상 증발했다.
마오타이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건 마오타이 제품의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빈 만찬의 접대 술로 꼽히는 마오타이는 높은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 덕에 중국에선 ‘투자 자산’으로 대접받을 정도로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렇다 보니 마오타이는 그간의 경기 침체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투기꾼들의 사재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고급 주류 시장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내수 위축의 충격은 피하지 못한 모양새다.
이에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5~2019년에 6~7%대를 기록했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해 2.2%로 고꾸라졌다. 2021년 들어 8.1%로 회복됐지만 이듬해인 2022년 다시 3%로 하락했고, 지난해 5.2%로 반등했다. 이 같은 중국의 경제 불안은 부동산에서 비롯됐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소호차이나·중룽신탁 등 개발사, 금융사의 디폴트로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 금융 불안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팬데믹 당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배경으로 한 소비 저조도 중국의 성장을 큰 폭으로 둔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중국의 성장률을 2024년 4.6%로 전망하며 2025년에는 4.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와 총수요 둔화로 인해 중국 경제가 수십년간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 지속 전망, 자체 기술력 강화·미중 갈등 영향
문제는 중국의 경기 부진이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23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1,248억 달러(약 172조4,000억원)로 전년보다 19.9% 줄어들었다. 이는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에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도 181억 달러(약 25조원) 적자를 기록하며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 연속 꾸준히 흑자를 냈다. 특히 전성기인 2003~2018년에는 거의 매년 한국 무역에서 최대 흑자를 낸 나라가 중국이었다. 하지만 흑자 규모가 2021년 247억 달러에서 2022년 17억 달러(약 2조3,500억원)로 쪼그라들더니 결국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한 기업 수도 2만8,181개로 전년 대비 0.7% 줄었다. 대중 수출 기업 수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감소 추세다.
이 같은 대중 수출 부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원인으로는 그간 한국이 중간재 수출을 통해 누렸던 중국 특수가 사라진 점이 꼽힌다.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력이 한국을 추월하면서 대중 수출 반등 요인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 등 주요 11개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의 기술력은 2022년 82.6(미국=100)을 기록하며 한국(81.5)을 따라잡았다. 특히 중국의 중간재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의 80%에 달하는 반면 가격은 70%에 불과해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대체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삼원계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이 핵심 특허를 독점하거나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며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간 중국은 가격 면에서만 경쟁력을 지녔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배터리 기술력 면에서도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22년 특허 출원 건수 기준으로는 중국이 한국을 압도했으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중국은 차세대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건수 중 81.3%를 차지했고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대부분의 차세대 배터리 세부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의 출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내 자체 조달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대중 수출 둔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중국은 현재 그린, 디지털 등 전환 과정에서 나오는 수요를 자국 기업을 통한 생산으로 메우고 있다.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수입해야 할 부분이 있더라도 자체 수급으로 해결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업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간 대중국 수출의 약 40% 정도는 중국 내 한국계 기업에 돌아갔다. 그런데 최근 이들 현지기업은 중국 내 자국 제품 소비 움직임 및 자국 기업 위주의 투자 등으로 중국에서 상당한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자국 산업 중심의 통상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미중 갈등이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면 미국과 중국을 주요 양대 시장으로 둔 국내 기업들은 구조적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국 통제의 핵심인 반도체 수출 제한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의 약 30%, 무역흑자의 460%를 차지하는 만큼 대중 수출 감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미 수출 역전 가능성↑, 22년 만에 중국 추월하나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가운데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올해 1∼5월 누적 대미 수출액 규모는 533억 달러(약 73조8,000억원)로 대중 수출액(526억9,000만 달러)보다 6억1,000만 달러가 많았다. 대미 수출액은 지난 2월 대중 수출액을 넘어선 뒤 3개월 연속 대중 수출액을 추월했다. 대중 수출액은 지난달에 113억8,000만 달러(약 15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또다시 미국을 넘어섰지만 절대량에서는 아직 미국 수출액에 밀린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자동차·이차전지 등의 수출 확대로 5.4% 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2005년 이후 미국은 18년 만에 수출 2위 국가로 복귀했다. 대미 수출의 경우 2020년 741억1,000만 달러에서 2021년 959억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2022년(1,097억7,000만 달러)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 1,157억1,000만 달러까지 급증하며 3년 사이 56.1% 증가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2022년 1,557억9,000만 달러, 지난해 1,248억1,000만 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당분간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상반기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양국 대상 수출액이 역전하게 된다.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그 빈자리를 미국이 대체한다는 의미다. 현재로써는 중국 경기가 부진한 데 반해 미국 경제는 호조세를 보이는 만큼 올해 대미 수출액이 중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