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갑 닫은 미국 소비자들, 소비업계의 출구 전략은 ‘할인 행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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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래 고물가 지속, 소득 대비 식비 비율 11%
소비 침체에 소매판매도 하락, 소비업계는 경쟁적 할인 정책 시행
'디스인플레이션' 언급한 연준, 금리 인하 시기는 "언급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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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래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이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외식업계와 식품업계의 가격 할인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재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시장을 떠나버리는 소비 침체 현상이 나타난 탓이다.

제품 할인 나선 미국 소비업계, 프랜차이즈도 ‘가성비 메뉴’ 프로모션 진행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계 및 소비재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경쟁적으로 할인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따라 제품 가격을 끊임없이 올려왔지만, 지금은 제품 가격 할인, 할인 쿠폰 지급 등 전략을 시행 중이다. 실례로 리츠 크래커와 토블론 초콜릿을 만드는 미국의 식품기업 몬델레즈(Mondelez)는 각 대형 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경쟁하기 위해 자사의 인기 쿠키인 칩스 아호이 쿠키 대용량 제품의 가격을 4달러 이하로 인하했고, 치리오스 등 시리얼로 대표되는 미국 식품기업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는 올해 들어 할인 쿠폰 관련 비용을 20% 더 많이 지출했다.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KFC는 최근 4.99달러로 시작하는 소위 ‘가성비 메뉴’를 출시했으며, 버거킹도 과거 출시했다가 사라진 바 있는 5달러 세트를 재출시했다. 고물가에 제품 가격을 거듭 올려왔던 맥도날드조차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 5달러 세트를 판매할 것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타코벨과 웬디스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수개월간 가성비 메뉴 프로모션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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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장기화에 소매판매 하락 추세

시장조사업체 닐슨IQ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1년간 할인 행사 등으로 판매된 제품 비중은 28.6%에 달한다. 3년 전 25.1%와 비교하면 3.5%p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는 건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 곡선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풀 꺾인 물가 상승세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여전히 미국 내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금리를 낮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식료품 가격 급등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의 가계 생활비는 20% 넘게 치솟았고, 소득 대비 식비 비율은 11%에 달했다.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식비를 낮추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제 소매판매는 두 달 연속 전망치를 밑돌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전체 매장의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30억 건이나 감소했다. 2020~2021년과 비교하면 200억 건 줄었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품목 수가 대폭 줄었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매출 기준 미국 최대 슈퍼마켓으로 꼽히는 크로거(Kroger)의 로드니 맥멀러 CEO도 “매장별 매출 성장률이 0.5%로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어려운 상황임을 전했다.

매출 타격에 따른 주가 하락도 가시화했다. 미국의 약국 체인 월그린스(Walgreens)는 올해 주가가 무려 57% 하락했고, 인상 전략으로 올해 8% 이상 오르며 미국 주가지수 신기록 경신을 이끌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소비재 관련주들도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먼 앨리슨 닐슨IQ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매장에서 할인이나 광고 등의 행사에 포함된 품목 수가 작년보다 6.3%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연준 의장 ‘디스인플레이션’ 언급하기도

이 같은 시장 흐름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파월 의장은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포럼에 참석해 “최신 지표와 앞선 지표는 우리가 디스인플레이션 경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시사한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우리의 목표치를 향해 되돌리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연초 반짝 튀어 오른 인플레이션이 다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로 돌아섰음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금리 인하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을 완화하거나 줄이는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자신감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이날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만약 너무 빨리 움직인다면 지금까지 해온 성과를 잃을 수 있고, 너무 늦게 움직이면 경제 회복과 확장을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의 균형을 유지하겠단 의지를 재차 내비침으로써 당장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