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잃은 中’ 물가상승률 0.2%, 내수 침체에 디플레이션 수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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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소비자물가 당초 예상치 하회하며 마이너스 문턱
생산자물가도 21개월째 하락세, '디플레' 우려 현실화
내수 침체로 재고 쌓여, 글로벌 시장에 밀어내기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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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며 마이너스를 눈앞에 뒀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내수 침체로 쌓인 재고를 해외 시장에 내놓으면서 중국산 초저가 제품의 공세에 전 세계 주요 산업에서 ‘2차 차이나 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1년간 中 CPI 상승세 둔화, 사실상 저물가 쇼크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0.3%보다 0.1%p 둔화했고 로이터통신이 제시한 시장 예상치 0.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월 중국의 CPI는 0.7%로 춘제 연휴를 맞아 식품과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 전환했다. 이후 3월 0.1%, 4~5월 각 0.3%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상승 폭은 크게 둔화했고 상반기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다.

6월 CPI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 하락했다. 특히 소고기(-13.4%), 과일(-8.7%), 야채(-7.3%)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이 18.1% 급등하고, 운송 연료와 여행 서비스 가격 인상률이 각각 5.6%, 3.7%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상승세를 유지했다. CPI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PPI도 0.8% 하락하며 2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CPI가 마이너스 문턱에 다가서고 PPI도 하락세를 막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최근 일부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하, 원유 감산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악재보다는 호재가 많았음에도 물가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일부 국내 공산품에 대한 시장 수요 부족 등의 요인으로 전월 대비 0.2% 하락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하락 폭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디플레이션 위기, 수출 감소 등 韓 경제도 ‘먹구름’

중국의 경제 침체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진영의 대(對)중국 디리스킹과 팬데믹으로 장기화된 강력한 봉쇄정책의 후유증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동안 중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다. 실제 2021년 중국의 대형부동산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를 시작으로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파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은 중국이 생산해 수출하는 완제품에 중간재를 공급하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 한국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수입이 5.5% 감소했는데 이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도 지난 2022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12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기술 굴기’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16년 176만 대에서 2022년 26만 대로 급감했고 한때 20%대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현재 1%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반한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감소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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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하자 헐값 공세, ‘디플레이션’ 수출하는 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중국 기업들은 부진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헐값에 재고를 해외로 밀어내면서 글로벌 시장에 초저가 중국산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유통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 질서가 흔들리며 ‘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기차 분야에서는 BYD가 저가 전기차의 가격을 5% 추가 인하하고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이 가격을 낮춰 글로벌 평균가의 56%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은 중국 내 재고 물량이 넘쳐 동남아 등에 저가 수출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각국에 거점을 늘리며 초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시장에 풀어놓은 초저가 제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낮아져 좋지만, 기업과 산업 전반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은 값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수익을 포기하며 밑지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하고, 부채가 늘어난 기업은 재정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자국 산업이 붕괴하면 고용 감소, 소비 감소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