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정상화 방안에 지방은행 충당금 부담 가중, 지방금융지주 건전성도 악화 양상
지방은행 기업 대출 연체 대출잔액 54% 급증, 2008년 이래 최대치
DGB금융 당기순이익 10.1% 감소, 실적 개선된 JB금융도 건전성은 '악화'
충당금 부담 급증, 2분기에도 지방금융지주 침체 이어질 전망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한 가운데 지방은행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다. 특히 지방은행들은 기업 대출의 절반가량이 부동산 및 건설업에 쏠려 있는 경우도 있어 부동산 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PF 정상화 과정에서 지방금융이 적잖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PF 부실 직격탄 맞은 지방은행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건설업 및 부동산 대출 잔액은 42조9,23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40조357억원) 대비 7.2%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지방은행의 건설업 및 부동산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JB금융지주 산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기업 대출에서 건설업 및 부동산 대출의 비중이 1분기 기준 각각 49.8%, 48.9%로 절반에 육박했다. 부산은행(23.2%), iM뱅크(17.8%), 경남은행(14.7%) 등도 적지 않은 수치다.
더군다나 최근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PF 부실에 따른 지방은행의 연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 5곳의 1분기 기업 대출 연체 대출잔액은 8,304억원으로, 전년 동기(5,387억원) 대비 54% 급증했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런 가운데 금융 당국이 PF 사업장의 사업성 재평가를 주문하면서 충당금 부담 역시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국은 평가 기준을 기존 ‘양호·보통·악화 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 4단계로 세분화했는데 이 중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해 은행들은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지난해 한 차례 충당금 쌓기에 주력한 바 있는 지방은행 입장에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지방은행들이 연간 벌어들인 순이익이 1조4,000억원가량인데, 당해 지방은행 5곳이 적립한 충당금은 총 1조3,482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리스크 확산, 지방금융지주 3사도 실적 부진
이처럼 부동산 PF 리스크가 지방은행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이어지자 지방금융지주 3사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3대 지방금융지주(BNK·DGB·JB금융)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합은 5,344억원으로 전년 동기(5,943억원)에 견줘 10.1%(599억원) 감소했다. 개별 지주로는 DGB금융이 지난해 1분기(1,680억원)보다 33.5%(536억원) 줄어든 1,117억원을 기록하면서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가장 규모가 큰 BNK금융그룹도 지난 1분기 2,4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2,568억원)보다 2.8%(73억원) 줄었다. 그나마 JB금융만이 전년 동기(1,634억원)보다 6.0%(98억원) 늘어난 1,73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된 JB금융도 건전성은 악화했다. 지난 1분기 연체율이 1.17%로 전년 동기(0.88%)에 견줘 0.29%p 뛰어오른 것이다. 동기간 충당금 전입액도 899억원에서 1,056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당기순이익 감소가 가시화한 두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BNK금융은 연체율이 0.90%로 전 분기 대비 30bp(1bp=0.001%p) 상승했고, DGB금융의 경우 1분기에만 충당금을 1,595억원 적립하면서 충당금 적립 규모를 전년 동기(1,104억원) 대비 44.5% 늘렸다.
2분기도 실적 하락 전망, PF 정상화에 지방은행 ‘희생양’ 되나
업계에선 지방은행에 대한 PF 리스크가 이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기에 JB그룹을 포함해 세 지방금융지주 모두가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 지방금융지주가 2분기 거둬들인 순이익은 총 4,020억원으로 예측된다. 전년 동기 대비 19.79% 감소한 수준이다.
지방금융지주 3사 중 가장 크게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곳 역시 DGB금융이다. 2분기 DGB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507억원 수준이다. 주요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충당금이 올 2분기에만 2,000억원 가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실제 1분기 말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우발채무는 8,5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6.6%에 달한다. 우발채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충당금을 쌓으면서 하이투자증권의 적자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BNK금융과 JB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약 1,920억원, 1,640억원 정도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1.85% 줄어든 규모다. BNK금융은 1분기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으로 충당금전입액 1,658억원(전년 대비 32.7% 상승)을 기록한 바 있는 만큼 2분기에도 다량의 충당금전입액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캐피탈과 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의 연체율이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JB금융은 가장 적은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룹 차원의 충당금 규모가 커지는 건 막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 1분기 1,056억원의 충당금전입액이 발생했는데, 2분기에도 유사한 수준으로 충당금전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결국 JB금융도 하락 폭이 작을 뿐 여타 지방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침체가 가속하고 있단 의미다. 업계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 지방금융이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