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파장, 큐텐과 주식교환한 투자사에도 불똥 튀었다
무리한 외연 확장 이룬 큐텐, 결국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 지연 사태 발생
IMM인베, KKR, 코스톤아시아, 앵커PE 등 큐텐 투자사에도 불안감 확산
외부 투자금 유치 절실한 큐텐, 정작 투자사들은 "글쎄"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 큐텐(Qoo10)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면서 사모펀드(PEF) 업계도 손실 위기에 처했다. 큐텐이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을 이어온 탓이다. 시장 일각에서 투자사들이 큐텐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단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큐텐에 투자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유동성 위기 확산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판매자들에 대한 대금 정산을 지연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당초 큐텐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장 일정이 지속 지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정산금을 채우지 못하면서 1,700억원대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합산 월 거래액이 1조원 이상인 만큼 미수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IB업계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큐텐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꼽았다. 큐텐이 인수하기 전에도 적자 상태였던 티몬과 위메프가 큐텐에 인수된 이후 재무 상태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25억원으로 1년 사이 84% 증가했고, 티몬은 올해 감사보고서조차 내지 못했다. 현재 두 회사의 합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9,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큐텐 주식 받은 사모펀드들도 덩달아 위기
이번 사태에 큐텐과 이해관계가 얽힌 곳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큐텐이 주식교환 방식의 M&A를 이어온 탓에 다른 기업들에까지 위기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선 티몬과 위메프 등 피인수 기업에 충분한 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을 두고 큐텐의 주식교환 M&A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여론이 있었다”며 “나스닥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가 지연된 상태에서 큐텐그룹까지 위기가 확산되면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큐텐이나 큐텐 관련사에 투자한 것으로 언급된 투자자는 IMM인베스트먼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코스톤아시아, 앵커에퀴티파트너스(PE) 등이다. IMM인베의 경우 2015년과 2019년 위메프 주식에 투자한 바 있다. 블라인드 펀드 등을 통해 위메프에 약 1,200억원을 투자한 뒤 큐텐 합병 과정에서 위메프 지분을 매각하고 대부분의 금액을 주식매매대금 채권으로 받았다. IMM인베 관계자는 “보유 중인 채권 만기 시점에 자금 회수가 가능할지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톤아시아의 경우 지난 2021년 큐익스프레스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큐텐홀딩스 주식 및 큐익스프레스 주식이 교환 대상이었다. 코스톤아시아 관계자는 “(자사는) 큐텐이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위메프나 티몬에 직접 투자한 것이 아니다 보니 당장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문제가 확산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 KKR과 앵커PE는 티몬에 상당 수준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모펀드는 한때 티몬 지분율이 90%를 넘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22년엔 PS얼라이언스 컨소시엄과 함께 큐익스프레스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바도 있다. 당시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한 신주와 재무적 투자자(FI) 연합이 보유한 티몬 지분을 교환하면서다. 두 사모펀드는 현재 큐텐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사가 큐텐에 구원투수로 나설까
이처럼 다수 투자사의 손실이 예측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오히려 투자사들이 큐텐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가 자금 경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기존 투자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어서다. 과거 IMM인베와 코스톤아시아가 큐텐에 5,000억원을 신규 투입해 11번가 인수를 지원하려 했던 실례가 있단 점도 시장의 기대를 키운다.
다만 이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투자사 입장에선 큐텐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단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아직 투자 의사를 밝힌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점 역시 회의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IMM인베 관계자도 “일부 언론에서 IMM인베가 큐텐에 투자자로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선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 의사가 없는 상태임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