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9,000억원 가닥” 상업용 오피스 대어 ‘디타워 돈의문’, NH농협금융 품으로
농협금융 컨소시엄, 3.3㎡당 3,500만원 제시
NH농협리츠운용, 사모 부동산펀드에 담을 예정
디타워 인수로 '서대문 농협타운' 큰 그림에 한 발
NH금융그룹이 올해 상업용 오피스 대어인 DL본사 사옥 ‘디타워 돈의문’을 품는다. 서울 종로구 통일로에 자리한 디타워 돈의문은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과도 지하로 연결돼 있어 초역세권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로써 NH농협금융은 서대문 일대를 ‘NH금융타운’으로 조성하려는 야심 찬 계획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마스턴투자운용, ‘디타워 돈의문’ 인수 우협으로 NH컨소시엄 선정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전날 NH농협금융 컨소시엄을 디타워 돈의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NH농협금융의 자회사 NH리츠운용이 펀드를 조성하고 계열사가 지분을 출자하는 구조다. 컨소시엄은 인수가격으로 약 9,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타워 돈의문 연면적(8만6,224㎡)을 고려하면 3.3㎡(평)당 가격은 3,500만원 수준이며, 캡레이트(자본 환원율)는 4% 초반대다.
마스턴투자운용은 CBRE코리아와 컬리어스코리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디타워 돈의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매각에는 NH농협금융 컨소시엄을 비롯해 이지스자산운용·지방행정공제회 컨소시엄 등 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타워 돈의문은 서울 종로구 평동에 자리한 지하 7층~지상 26층 규모 건물로 2020년 6월 준공했다. 현재 해당 건물에는 지주사 DL과 계열사 DL이앤씨, DL케미칼, DL에너지 등이 입주해 있다. DL그룹의 임차 계약기간은 2025년 12월까지로 현재 연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이 인수를 완료하면 사옥 이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 리츠 아닌 ‘사모 부동산펀드’로 인수
업계에 따르면 NH농협리츠운용은 주특기인 공모 리츠가 아닌 사모 부동산펀드를 설정해 이 자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을 비롯해 △NH손해보험 △NH생명보험 △농협중앙회 △단위농협 등 범NH그룹이 투자와 대출을 겸하는 그룹 자산으로 담기 위해서다. NH리츠운용이 사모 부동산펀드를 설정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상장리츠인 NH올원리츠의 자펀드인 NH리테일REF제1호를 지난 2022년 설정한 바 있는데, 이는 롯데쇼핑이 임차인인 N스퀘어를 매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돈의문 디타워 인수를 위한 에쿼티(자기자본)와 담보대출 비율은 대략 4대 6으로 나눠 조성하기로 했다. 에쿼티 중 보통주와 종류주 구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NH농협그룹은 NH농협리츠운용을 중심으로 조만간 킥오프 회의를 갖고 계열사별 자금 투자분을 협의할 계획이다.
서대문역 일대 ‘NH농협금융 타운화’ 시동
NH농협금융은 돈의문 디타워가 매물로 나오자마자 일찌감치 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돈의문 디타워를 안정적이면서 수익성을 고루 갖춘 핵심 자산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금융은 돈의문 디타워를 제2사옥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 일대를 NH금융 타운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돈의문 디타워 길 건너편 농협중앙회 중앙 본부 신·구관 2개동에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농업박물관 등이 모여있다. 2005년 7월 신축한 지상 12층 규모의 농협 중앙본부 사옥과 함께 옛 중앙본부 건물을 헐고 지은 지상 21층, 지하 6층 규모의 본부 신관을 함께 사용해 왔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해 NH손해보험은 인근 KT&G 서대문타워에, NH농협생명은 서소문 NH농협생명빌딩(구 임광빌딩)과 웨스트게이트타워에, NH농협카드는 돈의문 디타워 등에 분산 입주해 있다. 2016년 NH농협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피에스KORIF2호’ 소유의 임광빌딩을 3,000억원에 인수했지만 여전히 만성적인 사무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상업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이 농협이 사옥으로 쓰려고 지었던 것인데, 농협은 그 빌딩과 인근 하나로마트 플래그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연결해 ‘농협타운’으로 만들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당시 정권의 압박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팔았던 전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야말로 서대문 인근에 명실상부한 농협금융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NH금융 전 계열사가 공동으로 인수자금을 출자하는 등 이번 인수에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