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둔화에 강력한 침체 시그널, 연준 9월 금리 인하 확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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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 쇼크, 7월 실업률 2년 만에 최고치
시장에서는 美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 비판
연준 신중론 속에 9월 빅컷 가능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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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이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고용시장과 생산 관련 지표가 부진하자 이미 경기 침체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연준은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황인 만큼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美 실업률, 1년 전보다 0.9%P 올라 경기 침체 우려

3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2%P 오른 4.3%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인 17만6,000명 증가에 훨씬 못 미쳤다. 미국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46.8로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 수주가 부진하면서 경기 확대와 경기 축소의 분기점인 50을 4개월 연속 하회하는 모습이다. 선행지표인 신규 수주 지수는 전월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45.9로 집계됐고 생산지수도 6월 48.5에서 7월 45.9로 한 달 새 2.6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처럼 고용률 둔화 등 관련 지표가 둔화를 가리키자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의 법칙(Sahm’s Rule)’을 들어 경기 침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거시경제학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삼(Claudia Sahm) 박사가 내놓은 삼의 법칙은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를 감지하는 이론으로 최근 3개월간 실업률이 1년 전 저점 대비 0.5%P 상승하면 경기 침체가 온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의 평균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증가했고 7월 실업률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초 기록한 최저치인 3.4%보다 0.9%P 높다.

블랙록·골드만삭스 등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 놓쳐”

더욱이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이후에 실업률이 더 증가했다는 점도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연준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너무 오랫동안 고금리 기조를 끌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도 전에 이미 경기 침체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의 고용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비판했다. 이날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준은 7월 FOMC 정례회의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강행했어야 했다”며 “미국의 고용시장 둔화는 연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높은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했다”면서 “결국 고용시장이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지고 있으며 미국 경제를 둘러싼 침체 경고음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4일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도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경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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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특정 한 달의 지표에 과도하게 반응해선 안 돼

특히 금리 인하 폭을 두고 연준과 시장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은 연준이 9월과 11월 FOMC에서 연달아 50bp(0.05%P)씩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고 일각에서는 연준이 9월 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9월 기준 금리를 50b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할 확률은 71.5%까지 높아졌다.

다만 연준 위원들은 아직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오스틴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특정 한 달의 수치에 과도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토마스 바킨(Thomas Barkin)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과 관련 있다”며 “7월 고용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 흐름이 나타났지만 11만4,000개 신규 일자리는 적당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속보치)은 2.8%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1%와 직전 분기 성장률 1.4%를 크게 상회했다. 고금리 기조에도 소비 지출과 재고 투자가 늘어나면서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실업률 상승세도 수치만 보면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며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경제가 곤경에 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은, 부동산 공급 대책과 금융·통화 정책의 조합 필요

미국의 경기 침체는 한국 경제에는 복합적인 불안 요소다. 연준이 경기 침체 시그널에 대응해 금리 인하의 속도와 강도를 높일 경우, 한국은행도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 위축으로 2분기 GDP 성장률이 -0.2%로 역성장한 상황에서 내수 회복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가격 인상과 늘어나는 가계 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세 사기, 대출 금리 하락, 정책 대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9주 연속 상승했고 전셋값도 63개월 연속 올랐다. 서울 집값이 인근 지역 상승세를 이끌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45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가계 부채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3월부터 월평균 5조원가량 증가했지만. 지난달에는 7조6,000억원가량 늘어나며 증가 폭을 키웠다.

외환시장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는 2021년 6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년간 강세가 이어졌는데 이러한 ‘강(强)달러 현상’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 연동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낮아져 달러에 대한 선호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첫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지속된다면 이는 원·달러 환율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연말에는 1,200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환율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한은도 국내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시기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연준의 발표 뒤 열린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연준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그 시기와 폭은 불확실하다”며 “우리는 금융 안정 리스크가 상존하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이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