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말 채권 정리에 대출 연체율 상승세 ‘주춤’했지만, 내수 부진은 여전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하락, 기업대출·가계대출 각각 0.12%p, 0.06%p 줄어
연체율 상승세 이어왔지만, 분기 말 채권 정리 등 영향으로 상승세 주춤한 듯
자영업자 부진에 주요 지표 일제히 하락, 전문가들 "내수 부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은행권이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잠시 멈춰섰다. 다만 시장에선 아직 경제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내수 회복마저 더딘 상태라서다.
6월 은행 대출 연체율 0.42%, 전월 대비 하락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전월 말 대비 0.09%p 하락한 0.42%로 집계됐다. 신규 연체 발생액은 6월 중 2조3,000억원으로 전월(2조7,000억원) 대비 4,000억원 감소했고, 신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0%로 전월(0.12%)보다 0.02%p 내렸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떨어졌다. 기업대출은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0.46%,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를 기록해 각각 전월 말 대비 0.12%p, 0.06%p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각각 0.04%, 0.58%로 전월 말 대비 0.01%p, 0.14%p씩 내렸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24%를 기록하면서 전달 대비 0.06%p 낮아졌고,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14%p 내려 0.85%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6월 말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크게 하락했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등을 활성화하고 상·매각 등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를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하는 한편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체채권 정리로 상승세 꺾였다
국내 은행 연체율은 이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80%로, 전년 말(6.55%) 대비 2.25%p가량 상승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 봐도 2021년 말 2.51%였던 연체율은 △2022년 말 3.41% △2023년 말 6.55% 등으로 거듭 올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전년 말 7.75%에서 1분기 말 10.32%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회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말이다.
은행권 전체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0.51%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0.5%를 넘어선 건 지난 2019년 5월(0.51%) 이후 4년 9개월 만의 일이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의 연체율(0.59%) 상승이 두드러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보다 0.09%p 올랐는데, 대기업 대출 연체율(0.18%)이 0.06%p,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70%)이 0.10%p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영향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6월 들어 연체율 증가세가 주춤한 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연체채권을 정리한 결과로 분석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중 은행권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전월(2조원) 대비 2조4,000억원 불어났다.
통상 대출 연체율은 은행이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지난 3월에도 은행권이 연체채권 정리를 확대하자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시기 은행권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000억원 늘었고, 이에 따라 3월 말 연체율은 전월(0.51%) 대비 0.08%p 내린 0.43%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악화 양상, “아직 낙관할 만한 상황 아냐”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등 경제 지표가 여전히 악화한 상태라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개인사업자대출은 0.61%에서 0.69%로 0.08%p 뛰어올랐다. 이는 2014년 11월 0.72%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내수시장 부진도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2006년 관련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 부진’이 48만2,000명으로 최다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9,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폐업자 수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5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5,000명 줄었다. 이는 2015년 10월(14만4,000명)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나 홀로 사장님’이 폐업한 경우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1~5월 폐업으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도 6,5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3% 증가했다. 노란우산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퇴직금 성격의 공적 공제 제도다.
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5월 생산(-0.7%), 소비(-0.2%), 설비투자(-4.1%), 건설기성(-4.6%) 등 주요 지표도 모두 뒷걸음쳤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수 지표 부진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며 “더군다나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임금과 고용 증가세가 둔화해 소득 여건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연체율 하락에 미래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