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 실패 여파 확산, 일론 머스크의 걷히지 않는 ‘오너 리스크’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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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수 대출금에 은행 부담 가중, 인수금융으로 투자은행 순위 뒤바뀌기도
CEO 변경으로 'X 살리기' 주력하는 머스크, 정작 현장선 머스크 존재감 여전히 커
'머스크 리스크' 확산 양상, "머스크가 테슬라 평판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 있어"
Elon Musk X FE 20240821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은행들이 빌려준 자금을 두고 ‘최악의 대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머스크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가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다.

트위터 인수 대출금 미상환,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10월 머스크 CEO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들이 빌려준 대출금 130억 달러(약 17조3,000억원)가 인수 2년이 다 되도록 상환되지 못하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도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에 대해’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인수 거래 대출 중 하나’라는 평가를 내렸다. 트위터 인수 당시 머스크의 지주회사에 대출을 대준 은행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등 7곳이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회사의 가치는 440억 달러(약 58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그 가치는 190억 달러(약 25조3,500억원)로 급감했다. 3분의 2에 달하는 대규모 직원 해고 사태와 오너 리스크 등에 따른 광고주 이탈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손실을 입지 않고서는 해당 채권을 팔기가 어려워져서다. 이에 대부분 은행은 대출의 가치를 수억 달러씩 떨어뜨리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고, 일부 은행은 트위터 대출금 미환수로 인해 다른 인수합병(M&A) 거래를 위한 자금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의 경우 직원들의 보상을 일부 삭감하기도 했다.

트위터 인수금융으로 미국 금융 투자은행 순위의 순위도 바뀌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인 2021년과 2022년 상위 1, 2위를 차지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는 2023년과 2024년에 JP모건과 골드만삭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두 은행은 트위터 거래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곳들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실패 여파가 미 금융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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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야카리노 X CEO/사진=린다 야카리노 공식 X 계정

X CEO 변경했지만, 여전한 ‘머스크 리스크’

이런 가운데 머스크는 우선 ‘X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CEO 변경이다. 오너 리스크로 수익 창출력이 상당 부분 소실된 만큼 기업의 ‘얼굴’을 바꿔 이미지 회복을 도모하겠단 취지다. 새 CEO인 린다 야카리노(Linda Yaccarino)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X가 광고를 철회한 광고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야카리노 CEO가 직접 공개서한을 작성하는 등 목소리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X가 여전히 머스크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머스크는 야카리노 CEO가 취임한 이후에도 자신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을 X에 공개하는가 하면 광고주들을 겨냥해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는 등 기업 운영에 부담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머스크의 존재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WSJ는 X 내부 사정을 알 수 있는 취재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일부 직원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머스크에게 보고해야 할지 아니면 야카리노와 이야기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는 보도를 낸 바 있다. 이는 머스크가 X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있음에도 기업 운영 일부에 개입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내용이다. 업계를 중심으로 ‘머스크 리스크’가 X의 구원투수 야카리노 CEO의 기세를 억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 하락세도 머스크 영향?

최근에는 머스크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가 테슬라 등 다른 사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회사 캘리버에 따르면 지난 3월 테슬라의 ‘고려도 점수’는 31%로 전달 대비 8%p 하락했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11월(70%)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며, 40%대를 기록한 BMW나 아우디, 메르세데스에도 뒤처지는 수준이다. 고려도 점수는 잠재적 소비자의 관심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장 소비자의 시선이 냉각되면서 실적 악화 우려도 부쩍 커졌다. 자동차 시장조사회사인 콕스 오토모티브는 올해 1분기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테슬라의 신차 판매량은 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전기차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샤하르 실버샤츠 캘리버 CEO는 자사 조사 응답자 중 83%가 테슬라와 머스크를 연계해 평가했다며 “머스크가 (테슬라) 평판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비자 분석회사 시빅사이언스 분석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머스크의 비호감도는 34%였지만 올 2월에 42%로 상승, 호감도 비율을 훌쩍 넘어섰다. 머스크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음이 각종 지표를 통해 도출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