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신규 채용 축소하는 은행권, ‘비대면 금융’ 확산에 인력 수요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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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수익 쏠쏠할 텐데" 위축된 은행권 상반기 신규 채용
디지털 전환 속 문 닫는 오프라인 점포들, 필요 인력 줄었다
은행권, '비대면 금융' 고도화 위한 IT 인재 확보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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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시중은행(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나란히 신입 채용 규모를 줄였다. 비대면 금융이 급속도로 보편화하며 오프라인 점포가 급감, 신규 인력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채용을 대폭 축소한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춘 정보기술(IT) 전문 인력 수급에 힘을 싣는 추세다.

4대 은행 신규 채용 ‘반토막’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이 채용한 신입 행원 수는 530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기(963명) 대비 50%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구체적인 은행별 신입 행원 채용 규모는 △국민은행 100명 △신한은행 100명 △하나은행 150명 △우리은행 180명 등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9월 중순 이후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나, 전년 대비 채용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반기 채용을 가장 먼저 시작한 우리은행의 경우 해당 기간 210명의 신입 행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동기(250명) 대비 40명 줄어든 수치다. 상반기 채용된 180명을 포함한 우리은행의 연간 채용 규모는 390명으로 지난해 채용 인원(500명)을 크게 밑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사들이 ‘청년 고용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 이자 이익 총액은 16조6,598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3,365억원) 대비 8.6% 확대됐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 속 예대금리차가 커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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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업계에서는 채용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지목한다.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하며 오프라인 점포 수가 감소한 만큼, 필요한 신규 인력 수요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난해 7월 말까지 KB국민·우리·신한·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점(출장소 포함) 총 651곳을 폐쇄했다. 하나은행이 160곳, 국민은행 159곳의 점포 문을 닫았으며, 이어 △우리은행 152곳 △신한은행 141곳 △농협은행 39곳 등의 순이었다.

반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비중은 더욱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 입출금 거래 기준 인터넷뱅킹 비중은 83.2%로△2022년 1분기 76.4% △2023년 1분기 79.8%에 이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은행들의 여·수신 취급 실적에서 비대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하나은행의 경우 올 1분기 중 하나은행에서 취급된 신용대출 5만9,021좌 중 5만6,371좌(95.5%)가 비대면 채널에서 실행됐다. 우리은행이 올 1분기 신규로 취급한 적립식예금(적금)도 전체 중 96.5%가 비대면 고객이었다. 

IT 인재 확보는 ‘난항’

이 같은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은 단순 채용 축소를 넘어 채용 형태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상반기 NH농협은행, DGB대구은행은 디지털·ICT를 중심으로 한 전문 분야 채용공고를 냈다. 그간 은행은 일반 공채 때 전문 분야 인력을 함께 채용해 왔는데, 이례적으로 전문 분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 채용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디지털·ICT 전문 인재를 수시 채용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IT 인재들은 정작 은행 취직을 꺼린다는 점이다. 망 분리 규제 등 금융권 특유의 업무 환경이 인재 확보의 ‘장벽’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는 의무적으로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 전산실 연결망을 모두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은) 개발자 입장에서는 업무 능률과 효율성을 과도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간단한 검색 엔진을 활용할 때도 컴퓨터를 바꿔야 한다. 지나치게 번거로운 업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금융권의 폐쇄적인 IT 업무 환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드는 양상이다. 당국이 최근 망 분리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금융분야 망 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해당 로드맵은 금융권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인공지능 활용을 허용하고, SaaS 이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외부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금융권에 혁신의 가능성이 싹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