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막히면 어쩌나” 이어지는 정부·은행권 대출 규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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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세 경계하는 정부, 은행권도 줄줄이 '대출 조이기'
"잔금 못 치르면 어쩌나" 올림픽파크포레온에 감도는 불안감
부동산 과열·가계대출 증가로 금리 인하 논의 지지부진, 규제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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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파크 포레온 투시도/사진=둔촌주공 시공사업단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이 전세자금 대출 규제 강화 소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경계하는 가운데, 압박을 이기지 못한 은행권이 줄줄이 대출 한도 축소·취급 제한에 나선 결과다. 시장에서는 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인하의 최대 장애물로 떠오른 만큼, 한동안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위기의 올림픽파크포레온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은 정부·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와 관련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한도 축소, 신규 대출 취급 제한 등 강력한 규제가 연달아 등장하며 전세자금 대출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본격 시행, 대출 한도를 옥죄고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제도다.

은행권 역시 가계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의 취급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 소유자에게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초강수’ 대책을 발표했고,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도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주담대 기간을 단축하고, 갭투자 목적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등 실수요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 했던 집주인들이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대규모 단지에서 전세자금대출이 막히면 전세를 맞추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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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 한은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와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지난 7월 말 대비 8조3,234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월(9조2,255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은 7조3,234억원 급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불어나는 가계대출은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통화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이 붙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통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통위는 지난 7월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한 바 있다.

7월 회의 당시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담대 잔액 확대 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

시장에서도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KB부동산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금천구(-0.01%)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랐다.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평택(-0.04%), 이천(-0.06%), 안성(-0.28%)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세가 이어진 결과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수도권 ‘핀셋 대출 규제’를 통한 시장 과열 억제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동시에 수도권 주담대에 비수도권(0.75%p) 대비 높은 1.2%p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다. 지역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거주를 목적으로 10억원대 안팎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에서는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며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의 ‘공급 부족’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라며 “충분한 물량 공급이 따라오지 않는 이상 (대출 규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 투자자들의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 역시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