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부진에 다시 찾아 온 경기 침체 공포, ‘빅컷’ 기대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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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PMI 둔화, 다시 고개 드는 R의 공포
ISM "고금리와 대선 불확실성으로 기업들 투자 미뤄"
연준 9월 피벗 기정사실화, 인하 폭 관건은 '고용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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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 서비스업 PMI 추이/출처=TRADING ECONOMICS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한 달 만에 재발했다. 미 제조업 경기가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보이면서다. 제조업 지표 약세에 경기 하강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빅컷(기준금리 50bp 인하) 기대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ISM 8월 제조업 PMI, 5개월 연속 위축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8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했다. 8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7월의 46.8에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7.9는 하회하며 여전히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ISM 제조업 PMI는 지난 3월 50.3을 기록한 이후 4월부터 5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하위 지수 중 제조업 고용은 전월의 43.4에서 46으로 상승했다. 재고도 50.3로 전월의 44.5에서 급등해 전체 PMI 반등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지수가 50을 웃도는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주는 물가지수는 54로 전월의 52.9에서 오르며 8개월 연속 50을 웃도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ISM 제조업 조사위원회의 티모시 피오레(Timothy Fiore) 의장은 “미국 제조업 활동이 여전히 수축 국면에 있지만, 지난달에 비해 속도가 둔화됐다”며 “수요가 여전히 약하고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투입량은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연방 통화 정책과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자본과 재고에 투자하지 않으려 하면서 수요가 여전히 침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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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속 뉴욕 증시 일제히 급락, 국채 금리도 하락 마감

같은 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도 위축 국면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S&P글로벌의 8월 제조업 PMI는 47.9로 7월의 49.6과 전망치인 48을 모두 하회했다. 고용지수의 경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투입 비용은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제조업 인플레이션이 2022년 중반의 고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슨(Chris Williamson)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PMI의 추가 하락은 3분기 중반까지 제조업 부문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을 가리킨다”며 “미래지향적인 지표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러한 하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속에 투심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9월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26.15포인트(1.51%) 하락한 40,936.93에 거래를 마쳤고,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9.47포인트(2.12%) 내린 5,528.9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77.33포인트(3.26%) 떨어진 17,136.30을 각각 기록했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3.09% 밀렸다. 지난달 5일 이후 최악의 폭락장이다.

국채 금리도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내린 3.83%, 통화 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bp 내린 3.86%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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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

美 경기 둔화 우려에 9월 ‘빅컷’ 기대 강화

제조 업황 위축이 확인되자 연준의 빅컷 기대감도 높아졌다. 연준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4일 아시아 시장 기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인하할 가능성은 57.0%로, 하루 전 집계된 확률(70.0%)보다는 낮아졌지만, 한 달 전(26.0%)에 비하면 31%포인트 높아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베이비컷(25bp 인하) 전망이 대세였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빅컷 전망이 높아진 것이다. 같은 날 25bp 인하할 확률은 43.0%로 한 달 전인 74.0% 대비 31%포인트 낮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빅컷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정책 전환) 방향은 명확하며,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나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나올 경제 데이터들이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 금리 인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고용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오는 6일 발표될 예정인 8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8월 비농업 고용 지표 예상치(로이터 기준)는 취업자 수 16만 명 증가(전월치 11만4,000명 증가), 실업률 4.2%(전월치 4.3%)로, 만약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 경우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베이비컷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신규 고용이 10만 명 이하로 나오거나 실업률이 4.4%~4.5%로 오르는 경우 빅컷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면 ‘삼의 법칙(Sahm‘s rule)’이 발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의 법칙은 연준 위원이었던 클라우디아 삼(Claudia Sahm) 박사가 2019년 제시한 규칙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간 최저 실업률을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가 침체한다는 실증적인 이론이다. 이 법칙은 1970년 이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모든 경기 침체 시작을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