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빌딩 2,251억원에 처분한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 효과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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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에 태영빌딩 매각
"워크아웃 조기 졸업하자" 자산 매각 통한 유동성 확보에 박차
태영빌딩 담보로 한 1,900억원 규모 부채 존재, 매각 자금 상환에 투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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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태영건설

태영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사옥을 티와이제일호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한다. 보유 자산을 적극적으로 처분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이번 태영빌딩 매각 거래를 통해 실질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유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새 주인 찾은 태영빌딩

3일 태영건설은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이 사용 중인 태영빌딩은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연면적 4만1,858㎡) 건물로, 매각가는 2251억3,500만원 수준이다. 매수자인 티와이제일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는 SK디앤디의 자산 운용 전문 자회사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가 태영빌딩 인수를 위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로, 지난 7월 태영빌딩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사옥 매각은 이날 이사회에서 결의됐으며, 처분 예정일은 오는 12월 27일이다. 다만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 등은 건물을 매각한 후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통해 해당 건물을 계속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 건과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태영빌딩 처분의 목적이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에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며 “(사옥 매각은) 워크아웃과 관련한 일종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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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의 자산 매각 움직임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왔다. 계열사 블루원 소유 골프장 4곳을 매각해 3,000억원을 마련했으며, 태영건설 소유 광명 테이크호텔(1,100억원)과 여의도 사옥(2,500억원)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세운5구역(세운5-1·3) 재개발사업 지분과 시공권을 GS건설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 처분에도 나선 상태다.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 역시 조만간 새 주인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사모펀드 IMM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에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2조7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코비트는 지난해 매출액 6,744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으로,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에코비트의 매각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작업의 ‘핵심’으로 꼽혔다. 이번 매각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거래 이후 티와이홀딩스는 매각 대금 중 50%를 수령하게 된다. 단 이전 티와이홀딩스가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담보로 사채를 발행해 KKR로부터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던 만큼, 원금과 이자 등을 상환한 이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태영빌딩 매각 대금, 부채 상환에 쓰인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이번 사옥 매각을 통해 유의미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사옥을 담보로 한 대규모 부채가 태영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5일 태영건설은 PF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빌린 바 있다. 대출은 1,300억원의 선순위, 400억원의 중순위, 200억원의 후순위로 구분된다.

당시 주선사인 KB증권이 선순위 1,000억원, 중순위 250억원 등 총 1,250억원의 유동화사채를 인수했으며, 공동 주선사인 하나증권도 중순위 100억원, 후순위 200억원 등 총 300억원 규모의 유동화채권을 매입했다. 대출금리는 선순위 6.0%, 중순위 8.0%, 후순위 10.0%이며, 건물 담보감정가(LTV)는 2,512억원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만기가 다가오는 사채의 상환을 위해서라도 매각이 시급했던 상황인 만큼 매각가가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관련 업계에서는 태영빌딩이 ‘헐값에 팔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1,900억원의 원금에 이자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태영건설이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