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부터 국책·외국계 은행까지 주담대 제한 강화, 대출 한파 어디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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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올 초 대출대환 서비스 시작하며 주담대 확대
금융당국 전방위 압박에 국책·외국계 은행까지 규제 강화
금리 낮은 지방은행·보험사·상호금융권 등에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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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앞다퉈 가계대출 억제 조치를 내놓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주택담보대출의 한도와 만기를 줄이는 등 주택 관련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에 맞춰 국책은행과 외국계 은행도 주담대 제한을 높이는 등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출 수요자들이 낮은 금리를 찾아 지방은행과 보험사,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인터넷은행 주담대 잔액, 전년 대비 87% 증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주담대 주택 구입 자금 대상을 ‘무주택 또는 1주택 가구’에서 ‘무주택 가구’로 변경하고 세대 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자인 경우에만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주택자의 이사 등에 필요한 주담대는 한도와 만기를 줄인다. 기존에 한도를 두지 않았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는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대출 만기는 40~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와 흐름을 같이 하는 조치로 최근 주담대 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인터넷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담대 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올해 1월부터는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급격히 몰렸다.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전년 대비 70.8%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직전 분기 대비 17.9%, 전년 동기 대비 87.3%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대출 잔액이 인터넷은행의 14배에 달하는 4대 대형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주담대 잔액이 직전 분기 대비 1.5%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24조2,000억원으로 3개월 새 13.6%(2조9,0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4조9,200억원에서 6조2,400억원으로 26.8%(1조3,200억원) 늘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출시했으며 아직 주담대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토스뱅크의 1분기 말 전월세 대출 잔액은 9,560억원으로 지난해 말(4,060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주담대 등 주택 관련 대출이 증가하면서 3사 모두 전체 여신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되고 신용대출은 축소됐다.

인터넷은행에 대출 수요 쏠리면서 주담대 비중 확대

최근까지 주담대 비중을 늘려온 인터넷은행이 대출 관리 강화로 태세를 전환한 데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개시하며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했다. 시장 경쟁을 촉진해 국민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고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취지에 따라 인터넷은행을 주축으로 주담대 금리 인하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2분기 들어 대환대출을 비롯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 전반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이에 주요 대형은행은 앞다퉈 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등 가계대출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고 그동안 금리 인하 경쟁을 주도했던 인터넷은행이 가계부채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주담대 비중을 늘리며 가계대출을 확대해 온 인터넷은행 3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거세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주요 대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이 막히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법 제6조’에 따라 기업대출이 제한돼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재정건전성 제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이 연초처럼 금리를 낮춰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대출 금리 인상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수신 금리 혜택도 누리기도 어렵게 됐다.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 금리가 낮아졌고 정기예금 금리 또한 주요 대형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은행은 ‘시장 금리 하락과 포트폴리오 조정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조달 비용 관리가 필요한 만큼 수신 금리 혜택을 낮추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비중이 늘어나면서 포용 금융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대면 업무 비용을 아껴 중·저신용자 등 금융 소비자에게 저금리 대출 등의 혜택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저금리로 주담대 대출을 늘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주요 대형은행과의 차이도 모호해졌다. 실제로 우량 대출인 주담대 쏠림 현상으로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와 금리가 주요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올해 4월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51점으로 4대 시중은행을 10점 이상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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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비롯해 국책·외국계 은행도 대출 관리 강화

인터넷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도 일제히 주담대를 조이고 나섰다. 3일 IBK기업은행은 오는 5일부터 주담대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분할 상환 방식의 주담대의 경우 신규 취급 시 거치기간도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대출기간의 최대 3분의 1 이내로는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낼 수 있었으나 오는 5일 신규 취급 대출부터는 원금과 함께 상환해야 한다. 아울러 MCI(모기지신용보험)·MCG(모기지신용보증)도 중단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는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각각 0.45%포인트, 0.4%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최근 주담대 잔액이 감소했지만, 선제적인 대출 관리를 위해 만기 축소 등의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기준 기업은행의 대출 잔액은 26조8,136억원으로 6월 말과 비교해 11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요 대형은행 중 한 곳에서만 4조원 이상 잔액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일괄 인상한다. 올해 첫 주담대 금리 인상 조치다.

농협은행은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하나로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에게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의 대출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역시 한시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며 MCI·MCG도 제한한다. 농협은행은 그동안 금리 인상이 아닌 가계대출 조절 방안을 최소한으로 취급해 왔지만, 다른 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 관리를 강화하자 규제 수위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금리 낮은 지방은행·보험사 등으로 대출 수요 몰려

문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주요 은행들이 주담대 문턱을 대폭 높이자 지방은행과 보험사 등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금융기관은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대출 금리도 높지 않을뿐더러 대출 한도도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의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주담대 대출금리와 한도 등을 비교하면 지방은행과 보험사가 대출 추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IM뱅크(옛 대구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주요 은행에 비해 저렴한 연 3.25~3.85%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가산금리를 1%포인트 가까이 인상한 4대 대형은행의 하단인 연 3.69%보다 낮다. 이 때문에 최근 IM뱅크의 수도권 일부 영업점에서는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접수 중단 사태까가 벌어지기도 했다. BNK부산은행은 이달 초 2.9%대 금리를 주담대 특판 상품을 출시했는데 1조원 한도가 13일 만에 소진됐고 BNK경남은행, 전북은행 등도 하단 기준 3.6%~3.7%대 주담대 금리를 제공하면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 하단도 3% 중반대로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7개 보험사의 지난달 말 주담대 금리 하단은 3.54%로 주요 은행보다 0.11%포인트 낮다. 통상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은행보다 높지만,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특히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은 DSR이 50% 적용되면서 은행(40%)보다 대출 한도가 더 높은 데다 시중은행이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이면서 기한 측면에서도 보험사 쪽이 더 유리해졌다.

지방은행과 보험사 등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자 상호금융권에서도 대출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 신협·새마을금고에서는 최저 연 3.5%의 아파트 담보 대출 특판을 내놨다. 금융권 전반으로 풍선효과가 확산하자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으로의 대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업권과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감과 함께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대출 증가세가 과도할 경우에는 자체 포트폴리오 조정을 요구하거나 제도 개선 등 추가 조치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