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해소·신고가 경신 등 대구 부동산 지표 회복세, 불경기 해소 신호탄 쏘나
대구 부동산 지표 반등, 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 2년 10개월래 최고치
수성구·중구 등 중심 프리미엄 형성 단지 확대, "높은 프리미엄이 수요 견인"
대구 주택 시장 반등에 불경기 해소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
미분양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대구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값 하락세가 둔화된 데 이어 수요자의 소비심리도 크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등 단지를 중심으론 신고가도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세와 프리미엄 형성 단지 증가가 수요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주택 시장 ‘반전’, 미분양 1위 오명 벗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중구 남산동 소재 ‘남산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 전용 84.93㎡는 올해 8월 8억원(29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락거래가 이뤄진 지난해 2월 6억5,000만원(32층)에 거래됐음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반 만에 1억5,000만원(23%)이 급등한 것이다. 이외 단지에서도 신고가 릴레이가 이어졌다.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 전용 84.87㎡는 지난 7월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고, 중구 남산동 ‘청라힐스자이’ 전용 84.86㎡는 7억800만원(26층), 수성구 범어동 ‘범어W’ 전용 84.99㎡는 13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구는 미분양 1위 오명도 벗게 됐다.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9,956가구)로 대구(9,738가구)를 추월했다. 각종 지표 역시 수직 상승하는 모양새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대구 주택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1로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지역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 역시 104.3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수치화한 지표로, 85 미만을 하강 국면, 85 이상 115 미만을 보합 국면, 115 이상을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2월 미분양 물량 9,927호, 수성구 중심 프리미엄 형성이 영향
대구 주택 시장의 반등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이미 지난 2월 대구의 미분양 물량이 18개월 만에 1만 호 아래로 떨어지는 등 소진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부동산 전문광고대행사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9,927호였고, 3월 대구시의 아파트매매거래량도 2,208건으로 전월(1,823건) 대비 21%, 전년 동월(1,970건) 대비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분양권)으로 실거래되는 단지가 늘어난 것이 수요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거래된 단지 중 적지 않은 물량이 프리미엄 형성 단지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애드메이저가 2023~2024년 대구 내 입주 단지를 대상으로 1월부터 3월 말까지 분양권과 입주권 실거래 신고 상황을 분석한 결과 총 95개 단지 중 프리미엄 형성 단지는 29개 단지로,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4억3,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 신고됐다. 지역별로는 수성구와 중구가 각각 8개 단지로 가장 많았고 동구와 서구·달서구가 각 3개 단지, 북구와 달성군이 각 2개 단지였다. 결국 수성구와 달구벌대로, 역세권 등 투자 가치가 높아질 만한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된 게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게 애드메이저의 설명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도 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2주(12일) 기준 대구시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81.900으로 세종(81.34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월 10일을 기준(100)으로 아파트 가격 등락을 지수화한 것으로, 즉 대구시 아파트 가격이 2022년 1월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단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이병홍 대구과학대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단지별 경쟁이 과열돼 주택 공급자들이 할인분양 등 과감한 조치에 나섰다”며 “이것이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심각한 미분양 적체에 부동산 반등 척도 된 대구
대구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전국적인 불경기 해소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 “부동산 시장의 반등 척도는 대구”라는 언급이 나온 바 있어서다. 이 같은 말이 나온 건 대구의 주택 적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광역시 지역별 미분양 물량 지표에서 대구가 1만3,199가구로 절반이 넘는 수준인 56.9%를 차지했다. 전국 광역 기준으로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1만1,034가구)을 제치고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 수를 기록했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발간해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한 지역”이라며 “다른 지역의 미분양이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대구는 2021년 3월을 저점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이후 2022년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대구는 2021년 11월부터 매매가격 하락이 시작됐다”며 “대구는 상대적으로 일찍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대구 미분양 물량이 유의미하게 소진되는 시점이 주택 경기 반등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만큼 다른 지역보다 회복세에 접어들기 어렵단 의미다.
실제 미분양 물량이 다소 소진된 지난 3월에도 대구 주택 시장의 위기는 해소되지 못했다.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적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5월 대구는 16개월 연속 미분양관리지역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빠르거나 미분양 물량이 계속해서 해소되지 않는 지역, 신규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이번에 대구가 미분양 1위 지역에서 벗어난 게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란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