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피벗 가능성에 도마 오른 금리 인하 폭, ‘0.5%p 빅컷’ 현실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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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세 보인 미 인플레이션, 시장 눈길 쏠린 8월 CPI 지표
기정사실로 굳어진 연준 금리 인하, 남은 과제는 '인하 폭'
한경연 "한국이 선제적 금리 인하 이룰 시 이자 감소 등 효용 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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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지표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피벗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부담도 줄었단 이유에서다. 다만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쳐야 윤곽이 명확해질 전망이다.

CPI 둔화세 전망, 미 고용시장은 약화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오는 11일 8월 CPI를 발표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하는 가운데 9월 FOMC 전 공개되는 마지막 주요 지표다. 8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해 7월의 상승률인 2.9%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7월 CPI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의 둔화세가 지속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 고용시장은 약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동기 대비 14만2,000건 증가해 전문가 전망치인 16만1,000건을 밑돌았다. 6~7월 일자리 증가 폭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6월 증가 폭은 17만9,000건에서 11만8,000건으로, 7월은 11만4,000건에서 8만9,000건으로 수정됐다. 두 달의 수정 감소 폭은 8만6,000건에 달한다.

다만 실업률은 4.2%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8% 각각 상승했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62.7%로 전달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 지표를 두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해당 보고서는) 오는 회의뿐만 아니라 향후 몇 달 동안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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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기정사실화, 인하 폭은 ‘설왕설래’

현재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대)를 향해 하락하고 있는 데다 8월 CPI도 전망치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다만 시장의 주요 관심사인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긴축해서 인플레이션 문제를 악화시켰다”며 “9월 회의에서 금리를 0.50%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 책임자도 “실업률 증가가 너무 명백해져서 이미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실업률 증가가 다소 완만한 지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스티븐 주노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점진적인 경향이 있다”며 “경제 활동이 여전히 견조한 상황에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며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빅컷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다. 내셔널와이드파이낸셜의 크리스 그레이엄 최고투자책임자(CIO)도 “0.50%p 인하는 연준이 몇 차례의 회의에서 0.25%p씩 꾸준히 인하하는 것에 비해 사람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 많이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도록 할 것”이라며 “(빅컷은) 시장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빅컷을 포함한 모든 금리 인하 조치에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금리 인하 조치가 경기 침체에 ‘만병통치약’ 효능을 발휘하기엔 금리가 높은 상태로 너무 오래 묶여 있었단 것이다. 글로벌 투자 연구 기업 BCA 리서치의 피터 비레즌 수석 전략가 겸 연구 총책은 “이미 악화한 미국 경제 상황을 연준이 성공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2001년 1월과 207년 9월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몇 달 만에 미국 경제가 내려앉은 바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빅컷이 실현돼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그 영향력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서도 금리 인하 요구 목소리↑

한편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에서도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르면 변동성 확대로 민간부채 부실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는 등 이미 위기가 가시화한 상태인 만큼 하루빨리 ‘정상화’를 이룰 필요가 있단 시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5일 발간한 ‘민간부채 부실화 위험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가계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의 연체율이 최근 크게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은 10.0%로 2020년 1분기(7.7%)보다 2.3%p 상승했다. 한계기업 연체율(저축은행 기준)도 2020년 말 2.4%에서 올해 1분기 11.3%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파산 신청 기업 수는 987건으로 2021년 상반기(428건)보다 2배가 넘는다.

한경연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시 나타날 효용을 수치상으로 나타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향후 1년 동안 기준금리를 0.25%p씩 3번 인하하면 기업대출 이자 부담은 4조4,200억원,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4조5,300억원 감소한다. 이 중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 감소액은 약 4,000억원, 취약가구의 이자 부담 감소액은 약 2,400억원가량이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확대되더라도 투자 유출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적시했다. 선제적 금리 인하 조치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