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대표 불법 대출 루머에 “사실무근” 반박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IPO 계획에 먹구름 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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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불법 대출 루머 확산, 졸지에 구설 휘말린 토스
IPO 심사 엄격해진 한국거래소, 창업자 대출 건이 IPO 계획에 돌발 변수 될 듯
지분 담보 대출 미상환에 '헐값 매각'된 부릉, 토스도 부릉 뒤 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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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사진=비바리퍼블리카

금융 플랫폼 토스(Toss)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미국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사 주식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았단 내용의 루머가 퍼진 영향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이번 의혹이 IPO의 걸림돌이 되는 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IPO 심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데다 사측의 해명에 석연찮은 지점도 다수 남아 있어서다.

창업자 불법 대출 루머에 토스 ‘속앓이’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1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FTX Trading Ltd) 계열사 맥로린(Maclaurin Investment)의 펀드를 통해 540만 달러(약 64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FTX가 지난 2022년 말 미국 델라우어주 파산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며 제출된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FTX그룹은 1,260만 달러(약 169억원)를 토스 주식과 대출 형태로 투자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선 이 대표가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다른 법인을 설립해 불법 대출을 받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2018년부터 차명으로 다른 법인을 설립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미국 FTX로부터 900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는 지난 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창업자(이 대표)의 대출은 전문 투자사인 맥로린으로부터 실행한 것”이라며 “FTX 거래소의 대출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대출은 상환을 모두 완료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의 채무나 거래관계는 현재로서 없는 상황”이라며 “담보도 형식적인 것이었을 뿐 CEO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받은 신용대출에 더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대출 건은) 향후 IPO 과정과 무관하고, 어떤 영향을 끼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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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해명했지만, ‘의심’은 여전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시장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의 해명에 석연찮은 점이 있어서다. 우선 회사는 이 대표가 관련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는데,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거액의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대표가 받은 대출을 두고 ‘신용대출에 가까웠다’고 언급한 점도 쉽게 믿기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담보 주식 없이 개인 신용에만 근거해 대출을 받기엔 대출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대출 논란이 토스의 IPO 계획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핀테크 전문 연구위원은 “(토스 지분) 담보 사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 대표 개인이 대규모의 사적 대출을 받아야 했던 이유와 대출금 사용처, 상환 과정 등이 모두 의문”이라며 “개인적인 이유든 기업 자금난이든, 최대 주주의 거액 대출 건은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IPO 심사 과정이 엄격해진 점도 비바리퍼블리카 입장에선 악재다. 한국거래소는 앞서 클라우드 전문기업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신청서에 최대 주주 지위와 관련된 분쟁 내용을 누락했다며 사상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이노그리드 측은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이 없어 기재하지 않은 것이지 (최대 주주 지위 분쟁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거래소에 재심사를 신청했으나, 거래소는 취소 결정을 유지했다.

창업자 대출 문제로 나락까지 떨어진 부릉, 토스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토스가 과거 ‘부릉(VROONG)’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부릉은 유통·물류 전문 기업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설립 초기만 해도 뛰어난 성장성을 지녔단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매출 3,039억원을 기록하며 기존 배달 대행 업계 1위 사업자였던 바로고를 앞서는 실적을 보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내보인 바도 있다.

그런데 창업자인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이 회사 지분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빌린 360억원의 고금리 대출을 채 갚지 못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의장은 2022년 내 유니콘 기업 등극을 목표로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대출금도 갚을 계획이었지만, 그해 2분기 들어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투자자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고 투자 유치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KT와 일부 국내 사모펀드들이 메쉬코리아 투자를 검토하긴 했으나, 끝내 이들도 투자 의사를 접었다. 메쉬코리아가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실제 메쉬코리아의 영업 적자는 2020년 178억원에서 지난해 36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 의장은 대출금을 갚을 방안이 없게 되자 2022년 10월 초 경영권을 내놓으며 매각을 타진했지만, 이미 대출 만기가 두 차례 연기된 상태여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결국 매각 작업은 채권자인 OK캐피탈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메쉬코리아는 800억원이라는 헐값에 hy(구 한국야쿠르트)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음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가격대다.

물론 부릉과 토스의 사례를 완전히 같은 선상에 놓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 대표가 보유한 지분 가치를 감안하면 대출액 자체가 크게 부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 주식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2,742만9,695주로, 지분율은 15.5%로 파악된다. 토스가 지난 2021년 8월 8조원 규모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지분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640억원가량의 대출 정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까진 아니란 의미다. 다만 지분 담보 대출로 인해 미래 계획 전체가 파행된 메쉬코리아의 전례가 있는 만큼, 대출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