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매각 4수 지나 ‘수의계약’ 전환 “메리츠화재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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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 새 주인 이달 내 결론, 메리츠화재 우세 
MG손보 인수 시 메리츠화재 CSM‧자산 확대 효과
MG손보 노조 갈등 격화 우려 및 건전성 개선 비용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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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을 품을 새 주인이 이달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MG손보의 4차 매각까지 불발되면서 공개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매각방식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앞선 입찰에 참여했던 메리츠화재를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손꼽고 있으나 구조조정을 의식한 MG손보 노조의 반대가 만만찮은 모양새다.

MG손보 매각, 수의계약으로 ‘새 주인’ 찾는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잠재 인수 후보들에 이달 말까지 수의계약 참여 의사를 밝히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MG손보 매각은 동일 차수 내 재공고가 진행된 입찰도 유찰돼 지난달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상태다. 수의계약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

1947년 대한민국 네 번째 손해보험사로 설립된 MG손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을 반복해 왔다. 한때 국내 대표 손보사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으나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면서 부실이 커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1년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따라 매각이 추진돼 근화제약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경영 악화로 2012년 다시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되면서 공개 매각이 이뤄졌다. 이때 자베즈파트너스-MG새마을금고 컨소시엄으로 매각되며 사명도 ‘MG손해보험’으로 변경됐다.

그런데 MG손보로 새롭게 출발한 이후로도 부실기업 딱지를 떼지 못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못 미치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금융당국 주도로 강제 매각 조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MG손보는 강제 매각 조치 이후 진행한 네 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지난 7월 19일 매각 본입찰을 실시했지만 참여자가 없어 공개 매각이 불발됐다.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메리츠화재 등 3개사가 참여했던 4차 매각도 끝내 불발됐다. 당시 예보가 매각 주관사와 법률자문사 등과 검토한 결과 적당한 매수자를 찾을 수 없었다며 입찰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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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강남 사옥/사진=메리츠화재

자본력 큰 메리츠화재 유력

시장에선 오랜만에 성사된 유효 경쟁을 마다한 예보의 속내가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의 경우 꾸준히 MG손보에 관심을 보여온 국내외 사모펀드(PEF)지만,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장하며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에 이어 업계 3위일 뿐만 아니라, 메리츠금융지주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인수 성공 기대감이 큰 상태로, 업계에서도 메리츠화재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9,977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규모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CSM 규모도 지난해 말 10조4,68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0조6,649억원으로 1,962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말 CSM 규모 면에서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과 2조2,000억원가량 차이가 나는데, MG손보를 인수한다면 이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CSM은 6,774억원으로, 이를 단순 합산하면 메리츠화재의 CSM 규모는 11조원을 넘어 DB손보를 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산규모 면에서도 상위사를 따라잡을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말 자산규모는 40조5,798억원으로 업계 4위 수준이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3조9,784억원으로 이를 단순 합산하면 44조5,582억원인 만큼 업계 3위사인 현대해상(45조3,772억원)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는 것이다.

MG손보 노조 반발, 국회서도 매각전 주목

다만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입은 부담 요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발표한 3월 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MG손보의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52.1%로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는 물론 보험업법상 규제비율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K-ICS 도입에 따른 경과조치를 적용한 비율로, 경과조치 전 비율은 42.7%다. MG손보의 건전성 개선을 위한 비용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가 예보의 지원을 받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MG손보 노조의 반발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MG손보 노조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예보 앞에서 ‘MG손해보험 밀실 수의계약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면밀하고 세심하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면서 “예보가 유찰 발표와 동시에 수의계약 전환을 신속하게 발표한 것은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메리츠금융이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MG손보를 인수해 MG손보의 보험계약과 우량자산 인수, 예보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임직원의 고용안정은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는 국회에서도 큰 관심을 둔 사안이다. MG손보 노조는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간담회를 진행했고, 정무위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밖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박홍배‧민병덕 민주당 의원 등도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를 문제 삼고 있다.

더욱이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는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국회의 이목을 끌고 있어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부터 메리츠증권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의 특별감사를 받았다. 또 올해 7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사업성 평가 관련 현장검사도 진행 중이다. 한 보험업계의 관계자는 “예보의 매각 완수 의지가 커서 메리츠가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다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금융당국의 검사 외에 국회 정무위, 환노위 등에서 국정감사 주요 현안으로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메리츠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