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우리금융지주 M&A, 다음 달 금융감독원 정기검사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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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우리금융지주 정기검사 일정 앞당겨
부당대출 리스크에 발목 잡힌 우리금융, 종합평가등급 하락 우려
인수 자격 상실할 경우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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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의 인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할 정기검사가 막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금감원, 내달 우리금융 정기검사 착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중 은행검사국 3곳 중 2곳의 인력을 투입해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정기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 등을 고려,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정기검사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우리금융 검사를 담당하는 곳은 은행검사1국으로, 은행검사국 2곳의 대규모 인력이 정기검사에 투입된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반적인 정기검사 대비 검사 강도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지주사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다. 경영실태평가는 크게 △리스크 관리 △재무 상태 △금융지주회사 및 여타 자회사 등의 주력 자회사에 대한 잠재적 충격 항목으로 나뉜다. 금감원은 각 항목을 세부 부문별로 평가한 뒤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되는 종합평가 결과를 제시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정기검사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평가등급 2등급을 받았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자회사 편입 시 금융지주사 및 자회사의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 편입 대상 회사의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이 기존 대비 하락할 경우,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 자격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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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부당대출’ 리스크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 하락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경영실태평가 중 내부통제 평가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및 관련 법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616억원 규모 대출(42건)을 실행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중 350억원(28건)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당대출로 파악됐다.

이후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수사 기관에 통보했고, 우리은행 역시 관련 인물들을 고소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7일 손 전 회장의 처남 김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이달 5일 김씨를 체포한 데 이어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아내 명의의 회사 자금을 유용해 매입한 부동산 계약서를 위조, 인수 가격을 부풀려 부당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임 회장 관련된 대출이 일어난 것은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응하는 방식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는 의혹이 있는 조직에서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그런 측면에서 결국은 매니지먼트(현 경영진)가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인수 무산이 초래할 혼란

이런 가운데 부당대출 리스크로 인해 실제 우리금융의 종합평가등급이 미끄러질 경우, M&A를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우리금융의 비금융 사업 확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은 5대 대형 금융사 중에서도 특히 비금융 포트폴리오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 중 은행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90%를 웃도는 상황으로,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은행업 중심 수익 구조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종룡 회장은 취임 당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할 것”이라며 “기존의 비은행 자회사들 역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 그룹이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매출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비금융 부문 M&A는 우리금융이 점찍은 미래 성장 동력”dl라며 “종합평가등급 하락으로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자격을 잃게 될 경우, 장기적인 성장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수 불발이 다자보험과 우리금융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자보험은 동양·ABL생명의 모회사였던 안방보험이 파산을 맞이한 이후 중국 당국이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 원활화를 위해 설립한 공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내년 중 다자보험의 사업을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연말까지 동양·ABL생명의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미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현 상황에서 매각이 무산될 경우, 다자보험 측이 우리금융에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