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법제화 카운트다운, 새 먹거리 등장에 증권업계 기대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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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STO 법제화 위해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개정 추진
법제화 가능성 높아지자, 예탁원·코스콤 사업 준비 나서
증권사들도 공동 플랫폼 개발 등 '합종연횡'하며 선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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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 관련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인 여야 의원이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안에 대한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국회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증권사와 유관기관들은 관련 신사업 준비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가에 새 시장이 열리는 만큼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가 높은 분위기다.

증권업계, 플랫폼 개발·협의체 발족 등 준비 박차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증권사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등 총 24곳이 참여하는 STO 플랫폼 구축 협의체를 구성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해당 협의체는 STO 시장 참가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범했다. STO는 부동산·미술품·한우 등 기존에 투자자가 쉽게 접할 수 없던 실물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

예탁원은 현재 STO 법제화에 대비해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예탁원은 지난 2~6월 STO 기능 분석 컨설팅을 진행해 총량(발행·유통 수량) 관리 업무 정의와 프로세스·연계 기능을 설계했고, 오는 11~12월 시스템 연계와 발행·계좌 대체·총량 관리 기능을 검증, 내년 2월부터는 검증 결과를 보완해 총량 관리 전체 기능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코스콤도 지난해 키움·대신·유안타·IBK투자·BNK투자증권과 협약을 맺고 현재는 공동 플랫폼 개발을 끝마친 상태다.

증권사들 역시 STO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하며 법제화 이후 추진할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토큰증권 워킹그룹을 발족해 하나증권과 함께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STO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KB·NH·신한투자증권은 ST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유진투자증권도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체 STO 플랫폼을 개발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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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출처=금융위원회

여야,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 발의 추진

국회도 STO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조만간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로 폐기됐던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TO와 유통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김재섭 의원과 민병덕 의원이 공동으로 ‘토큰증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해 정부 측 의견을 전달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2월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증권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의 시행을 위한 후속 조치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상 토큰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현재 정부와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 측도 “필요성이 큰 법안인 만큼 최대한 서둘러 발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폐기된 법안으로, 토큰증권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고, 장외시장에서 증권을 유통하는 ‘장외거래 중개업’에 대한 근거 규정을 담았다. 장외거래를 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규정도 포함했다. 하지만 당시 정무위는 법안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토큰증권이란 새로운 자산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논의가 길어졌다.

토큰증권을 금융 인프라의 문제로 보고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학계 지적도 있었다. 우선은 토큰증권 유통과 장외거래 중개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토큰증권과 다른 비상장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통일된 장외거래 규제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가상자산법 시행과 관련해 토큰증권의 증권성 심사를 자율규제로 넘기고, 정부는 증권성을 판별할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함으로써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30년 시총 367조원, 6년 새 10배 이상 성장 전망

이렇게 STO의 법제화와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여야는 이미 증권사가 플랫폼 구축 등 사업화에 자금을 투입한 만큼 STO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법 개정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도 투자계약증권이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STO 사업 추진이 가능하나, 증권을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데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답보 상태였던 법제화가 이뤄지면 전자증권을 활용해 간편하고 편리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미술품 등 다양한 실물자산뿐 아니라 저작권, 특허·지식재산권(IP) 같은 무형자산의 증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기존에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던 조각투자 시장으로, 전문가들은 조각투자 시장을 통해 개별 투자가 어려웠던 고가의 실물자산이 투자시장으로 편입되면 다양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다룰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물리적·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법제화를 통해 토큰증권이 제도권에 안착하면 STO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STO 시장의 규모는 올해 34조원에서 2026년 119조원, 2030년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을 전통 금융시장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탈중앙화 방안이 시도되면서 BTC 선물, 디파이, 장외거래(OTC), 커스터디, 메타버스, 웹3 등 다양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STO 시장 규모도 2022년 3,000억 달러(약 370조원)에서 2030년 4~5조달러(약 5,200~6,50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