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美 CPI에 옅어진 ‘빅컷’ 기대감, 9월 ‘베이비컷’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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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월 CPI 전년 동월比 2.5%, 3년반래 최저치
근원 CPI는 예상치 상회, 빅스텝 기대 희석
이번 주 금리 결정 앞둔 ECB, 0.25% 인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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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개월 연속 하락해 둔화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깜짝 상승해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거비에 발목 잡힌 美 8월 근원 CPI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2.6%를 밑돌뿐만 아니라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미국 CPI는 지난 7월 3%선이 붕괴돼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전문가 예상치인 0.2%도 상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2%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근원 CPI의 3개월 연율 상승률은 2.1%로 전월의 1.6%에서 크게 올랐다.

이에 대해 미 노동부는 주거비가 지난달 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5% 올라 전월 기록한 0.4%에서 오름폭이 확대됐고 전년 대비로는 5.2% 올랐다.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인 슈퍼코어 물가도 전월 대비 0.3% 상승해 4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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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

빅컷 기대감 후퇴

헤드라인 CPI가 예상에 부합한 만큼 오는 17~18일로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지만, 근원 CPI가 예상치를 상회함에 따라 빅컷(50bp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66% 수준이던 9월 0.25%p(베이비컷) 인하 가능성은 이날 CPI 발표 후 85.0%까지 오른 반면 0.5%p 인하 확률은 34.0%에서 15.0%로 낮아졌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이제 상온 수준으로 식어서 더 이상 심각한 문제가 없다”며 “이번 CPI 보고서는 연준의 과감한 조치를 요구하지 않으며 다음 주에 0.25%p 인하가 이뤄지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프린서플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것은 시장이 원했던 CPI 보고서가 아니다”라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서 0.5%p 인하로 향하는 연준의 경로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수치가 다음 주 정책 조치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연준 매파들이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증거로 오늘 CPI 보고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0.25%p 인하를 선택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연준이 계속해서 물가 상승 억제보다 노동시장 안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파월 의장이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정책 조절을 할 때가 왔다”고 말해 물가와의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사무엘 라인스 거시 전략가는 다음 주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p 인하하더라도 “11월 인하 속도를 가속화할지에 대한 논쟁은 물가 지표보다 노동시장에 훨씬 더 집중될 것이며 특히 이번과 같은 수치가 계속 나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 연준 앞서 금리 0.25%p 인하 전망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존의 8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ECB가 금리 인하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 베렌버그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거 슈미딩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달 12일 ECB의 금리 인하는 대체로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최근 ECB 위원들은 거의 모두 금리를 인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ECB 이사회의 매파로 꼽히는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조차 금리 인하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ECB는 지난 6월 전격적인 금리 인하 이후 7월에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는데 당시 ECB는 9월 인하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다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는 등 추가적인 정책 완화를 위한 ‘청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적어도 2025년 하반기까지는 ECB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이터통신이 지난주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ECB가 이달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10월 회의에서는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 데 이어 오는 12월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또 ECB가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해 2025년 말에는 정책금리가 2.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UBS의 라인하르트 클루제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타이트한 상태 유지하고 임금 상승률이 점진적으로만 완화되리라는 것이 핵심 가정”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