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연 6.5%’ 청약자금 대출 출시 “공모주 개미 잡기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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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청약대출 서비스 시작
한투證 상장 주관 기업에 한해 대출
업계 '공모두 청약 과열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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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사진=한국투자증권

금융당국이 공모가 뻥튀기 현상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 중인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공모주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청약자금 대출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는 기업에 대해선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청약할 때 그룹 계열사인 저축은행의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것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공모액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매출 실적을 높이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투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공모주 청약 자금 제휴 대출 서비스’ 개시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국투자저축은행 공모주 청약 자금 제휴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가 한국투자증권이 IPO 주관사로 들어간 예비 상장기업의 공모주를 청약할 때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는 구조다. 상장되는 주식 수의 절반 정도는 비례 배정, 즉 넣은 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공모주가 배정되는 만큼 IPO 대출은 투자자에게 총알을 지원하는 효과를 낸다.

대출 한도는 8억원이며, 대출 신청 최소 금액은 100만원이다. 금리는 5.5~6.5%로, 정확한 금리는 투자자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 기간은 실행일로부터 10일이며 저축은행 심사 후 한국투자증권의 계좌로 입금된다. 대출금은 공모주 배정이 끝난 후 증거금을 돌려주는 환불일에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자동 상환된다.

공모주 청약 광풍에 편승

한국투자증권이 공모주 청약자금 대출을 내놓은 건 최근 공모주 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다고 판단해 해당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공모금액은 3조683억8,516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2%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공모액인 3조8,614억8,614만원과 비교하면 79.5%에 해당하는 수치로, 공모금액이 늘어나면 증권사들은 수수료와 사전 투자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공모주 청약 활성화에 따른 대출 수요는 이미 입증됐다. 지난 2022년 단군 이래 최대 공모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에 무려 442만 명이 참여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이 휘몰아쳤다. 당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LG엔솔의 공모주 일반 청약 마지막 날 기준 56조3,579억원으로 청약 직전일(49조3,482억원)에 비해 불과 이틀 만에 7조97억원이나 폭증했다. 지난해 역시 공모주 청약 광풍이 불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급증해 가계대출 규모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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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허주환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이사,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오흥식 코스닥협회 회장, 이충훈 삼성증권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거래소

상장 직후 폭락, 투자자 손실

문제는 안정적 투자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했던 공모주가 상장 후 반토막 나는 등 무리한 상장과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디지털교육 플랫폼 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사례만 봐도 상장 첫날부터 손실을 안기는 등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첫날 공모가(3만2,000원)에서 29.7%나 떨어져 거래를 마쳤다. 이달 2일 장중 한때 11.3% 반등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되밀려 12일 17,740원에 장을 마쳤다. 상장 이후 한 번도 공모가를 넘지 못한 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수요예측 때부터 공모가 거품 논란이 있었다.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비교대상기업에서 주가수익비율(PER) 10배 미만인 메가스터디 등은 빼고, PER이 20배가 넘는 삼성출판사와 미국교육업체 체그(Chegg)를 포함시켜 공모가 밴드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모가 거품 논란으로 청약 참여자 수가 줄고, 경쟁률도 낮아 공모주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받은 것도 손실을 키웠다. 최소 청약단위인 20주를 청약하면 보통 1~2주 받는 것이 보통인데, 아이스크림미디어의 경우 8~9주나 배정받았다. 이에 따라 32만원의 증거금을 내고 최소 단위인 20주를 청약해 8주를 배정받은 공모주 투자자가 지금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증거금 대비 손실률은 36%나 된다.

특히 IPO 기업 주가는 상장 이후 큰 변동성을 보이기 일쑤다. 상장 첫날 이후 제 가격을 찾아가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수요예측에서 흥행해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IPO 기업 41곳 가운데 절반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으며, 상당수가 상장 첫날 100%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인 뒤 급락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6월부터 공모주 가격 제한폭을 기존 90~200%에서 60~400%로 확대하면서 더욱 극대화됐다.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한투증권의 청약자금 대출 서비스가 현재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주관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IPO 시장의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판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관사가 추후에 있을 발행사의 채권 발행이나 계열사 상장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을 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한국투자증권은 IPO 시장에 대한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데 일조한 곳 중 하나다. 실제 지난해 12월 신설된 금감원의 ‘IPO 주관 업무 혁신 작업반’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한 반도체 설비기업 ‘파두’ 사태로 촉발됐다. 그해 상장한 파두는 상장 첫해 1,20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상장 직후인 2분기 매출액은 고작 5,900만원에 그쳤다. 3분기 매출도 3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파두가 몸값을 부풀려 상장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저축은행보다 고객군이 넓은 데다 투자자들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계열사로 둔 증권사들도 한국투자증권의 서비스 출시와 관련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모두 IPO 대출 서비스를 검토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지조차 몰랐다”며 “한국투자증권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거쳤겠지만 금융당국이 지적할 여지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