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소득 불평등이 경제 성장과 산업화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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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 초기 낮은 불평등이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에 유리
소득 재분배, ‘불평등 해소와 경제 성장’ 동시 목표 가능
충분한 재원, 정확한 대상, 정교한 계획 준비돼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서 소득 분배가 고를수록 높은 경제 성장과 산업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 재분배 정책이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과다. 다만 소득 재분배는 지원 가구의 장기적인 소득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원과 정확한 대상, 정교한 계획을 갖고 진행해야 소기의 목적인 불평등 해소와 경제 성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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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불평등’과 ‘경제 성장’ 상관관계 및 변수에 대한 다양한 이론 존재

경제적 불평등과 성장은 국가 정책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하면서도 복잡한 문제로 여겨진다.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려는 연구들도 지난 세기부터 심도 있게 진행돼 왔지만 아직도 양자 간 명확한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지,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목격되고 있다.

연관 관계 분석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불평등을 구조적인 것과 시장 요인에 의한 것으로 구분한 연구도 있다. 구조적 불평등은 지배 계층의 등장과 같이 역사적이고 시장과 무관한 사건으로 발생한 후 세습을 통해 굳어진 불평등을 의미하며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히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개인, 기업, 지역 간 시장 성과(market outcomes) 격차와 기술, 노력 차이에서 발생하는 ‘시장 요인 불평등’(market inequality)은 일정 부분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기회 불균등’이 소득 불평등과 낮은 경제 성장을 이어주는 주요 메커니즘이라는 논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변수들과 상황들로 불평등과 경제 성장 간 명확한 인과 관계 규명은 단순하지 않다. 양자 간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간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어 복잡성을 더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관련 주제를 다룬 많은 연구들이 불평등을 기정사실(predetermined)로 간주한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 분석을 집중해 왔는데, 개발 초기 단계에는 대부분의 불평등이 토지 소유에 의한 것이었고 이러한 불평등이 경제 성장의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는 정도의 증거는 여러 곳에 있다.

반면 금융 및 자본 시장에서의 ‘정보 불균형’(asymmetric information issue)을 불평등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보는 연구도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불충분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개인이나 기업에 시장이 대출과 투자를 꺼려 경제 성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산 분배가 처음부터 공평했다면 더 많은 인구가 기업 활동과 교육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해 부의 총량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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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초기 단계(1945~1946) 이탈리아 토지 소유 불평등과 경제 성장(1951~2001) 간 관계
주: 토지 소유 불평등 지니 계수(좌측,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심화), 연간 민간 부문 고용 성장률(우측), 토지 개혁 지역(검은색 경계선), 자료 비존재(회색)/출처=CEPR

경제 발전 초기 ‘평등한 토지 분배’가 높은 경제 성장과 현대화 이끌어

파블로 마르티넬리 라셰라스(Pablo Martinelli Lasheras) 카를로스 3세 데 마드리드 대학교(Universidad Carlos III De Madrid) 부교수와 다리오 펠레그리노(Dario Pellegrino) 이탈리아 은행(Bank Of Italy)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연구는 이탈리아 경제 발전 초기 토지 소유 불평등이 20세기 후반 이룬 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1950~60년대를 포함한 해당 시기는 이탈리아가 전형적인 농업국에서 주요 산업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급속한 산업화와 산업 구조 전환을 달성한 기간으로 연구진은 초기 부의 분배가 경제 성장과 구조 개혁에 미친 영향을 검토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1946~47년 이탈리아에서 행해진 특별 토지 조사(ad-hoc survey) 자료를 토대로 700개의 농업 지역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당시 불평등이 1951~2001년 민간 부문 고용, 인구, 제조업 고용 등의 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당시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시행되던 국가 규모 정책의 영향은 분석에서 배제하는 대신 지역별 특징과 차이에 집중했다.

연구 결과는 조사 당시 토지 소유 불평등 정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더 높은 경제 발전을 이뤘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인구 밀도, 교육, 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수들의 영향을 제거하고, 미사 토양(silt soil, 가는 모래 토양) 강도나 1920년대 사회 혼란으로 인한 ‘특가 할인(fire-sales)식’ 토지 재분배 같은 ‘도구 변수’(Instrumental variables, 설명 변수와만 상관관계가 높고 종속 변수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변수)만 사용해도 인과 관계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국 평등한 토지 재분배가 일어난 지역일수록 이탈리아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유리한 기회를 찾고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토지 소유 불평등이 적었던 지역에 자리 잡기 시작한 산업 지구(industrial district)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이는 동종 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들이 같은 장소에 집결해 높은 수준의 협력과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ies, 동종 기업들이 한 지역에 집결해서 생기는 경제적 순기능)를 주고받으며 성장한 ‘클러스터’(cluster)를 말한다. 산업 지구는 이탈리아반도 북서부의 원조 ‘산업 트라이앵글’(industrial triangle)에서 번성하던 ‘포드 방식’(Fordist-style, 포드사의 대량 표준화 생산 방식) 제조업이 1970년대 들어 쇠락하자 저개발 지역이던 반도 중심부와 북동부에서 이탈리아 경제 성장의 새로운 한 축을 담당해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중소기업들의 모임인 산업 지구는 특유의 유연함과 혁신으로, 경직된 대기업보다 경제 환경 변화에 훨씬 빠르게 적응했는데 토지 불평등이 적은 지역에 점점 더 많은 산업 지구가 생겨나 이탈리아 경제 성장과 현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득 재분배 정부 지출, 중저소득층 한계 효용이 빈곤층 효용보다 높아

한편 연구진은 불평등과 경제 성장 간 관계를 더 면밀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소득 계층 간 존재하는 불평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평등을 빈곤층과 중산층 간 소득 격차인 ‘하위 계층 불평등'(lower-tail inequality)과 중산층과 부유층 간 소득 격차인 ‘상위 계층 불평등'(upper-tail inequality)으로 나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 집단은 중저소득 가구(lower-middle income class)다. 중저소득 가구에 대한 지원은 생산 및 투자 활동으로 이어져 높은 투자 한계 효용(marginal utility of investment)을 갖는 반면 빈곤층 가구에 대한 지원은 한계 효용이 낮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최소 한계를 넘는 예산이 있어야 충분한 기회를 포착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투하 자본 불가분성’(indivisibility of investment assets) 개념과 맥을 같이한다. 지원금을 포함해 일정 수준을 넘는 예산이 확보돼야 개인들이 생필품 소비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투자와 생산 활동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이 단기간 소비 진작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 투자와 소득 증대로 이어지려면 해당 가구 입장에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이탈리아의 역사적 사례 분석을 통해 경제 성장 초창기 인구 전체에 부가 고르게 분배돼 있어야 성공적인 산업 구조 전환과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이는 앞서 언급한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금융 시장 접근 제한’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또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은 피지원자 입장에서 충분한 규모여야 하고 정확한 지원 대상, 정교한 계획을 가정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원문의 저자는 파블로 마르티넬리 라셰라스(Pablo Martinelli Lasheras) 카를로스 3세 데 마드리드 대학교(Universidad Carlos III De Madrid)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The impact of wealth inequality on economic growth: Evidence from Italy during its structural transform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