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자사주 전량 소각 예고, 경영권 방어막 미연에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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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 주주 가치 제고 방안 발표
“공개매수 마무리된 후 적극적 주주환원정책 추진”
2.4% 자기주식 포함, 추가 매입분도 소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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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참전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영풍·MBK, 주주환원 정책 제시

18일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목적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후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모든 주주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밝힌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은 매입 자사주에 대한 ‘전량 소각’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2.4%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자기주식 2.4%(2,588억원 규모)를 전량 소각하고, 4차 자사주 매입 취득금액 중 잔여금액(약 2,900억원)으로 향후 취득할 자기주식도 전량 소각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맞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

배당 정책 또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과거 3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은 1만8,333원, 과거 5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은 1만6,800원이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현재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보다 강화해 궁극적으로 배당액을 주당 2만5000원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지분 약 7~14.6%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며, 기간은 지난 13일부터 10월 4일까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MBK·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 고려아연 측은 33.99%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주주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진행하는 공개매수는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인수합병)”라며 “공개매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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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본사 전경/사진=SK그룹

자사주 매입 통해 경영권 방어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리 이를 소각해 경영권 방어막을 무너뜨겠단 의도다. 실제로 정계에서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용으로 통용된다. SK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1,867만9,439주(25.5%)로, 시가총액 3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유사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최태원 SK그룹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분할을 해줘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오면서 이 방어막이 무너질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SK㈜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포럼은 “2021년 3월 29일 SK㈜는 주주총회 직후 투자자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그 당시 주가 27만원, 시가총액 18조원이었으니 약 5년간 연 54% 주가 상승이 목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년이 지난 지금 회사의 주가는 14만원, 시총은 11조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이사회에서 자본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을 염두에 뒀는지 묻고 싶다”며 “장기간 SK㈜ 총주주수익률은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과거 3년간 SK㈜ 주가는 약 45% 급락했고, 연 평균 18% 하락했다. 약 2% 배당수익률을 감안해도 SK㈜ 주주는 2021년 5월 이후 매년 16% 투자손실을 입은 셈이다.

이에 포럼은 “SK㈜는 보유 자사주를 진작 전량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럼에 따르면 SK㈜는 2022년 3월 주총을 통해 2025년까지 매년 시총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는 발표를 한 데다, 올해 5월에도 지난해 매입한 1,198억원 상당의 자사주 소각을 의결했다고 공시했지만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SK㈜ 주가 저평가 정도와 주주들의 손실율을 감안할 때 자사주 소각 규모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경영권 분쟁 불씨로 작용

그러나 SK㈜도 난처하다는 분위기다. 물론 SK㈜ 지분 가치 부양을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것이 손쉬운 선택지다. 자사주 매입은 그 자체로 유통 주식 수와 자본 감소 효과로 이어지지만, 주주 입장에서 더 좋은 건 사실상 자사주 소각이다. 더욱이 자사주 매입은 이미 사둔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매각할 우려를 뜻하는 ‘오버행’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를 소각해 버리면 위험을 덜고 주당 가치는 더 높아진다.

하지만 SK는 자사주 소각이 자칫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작금을 상황을 고려하면 자사주를 섣불리 소각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행동주의펀드 진영을 중심으로 불편한 시선이 확산하는 점도 SK그룹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SK㈜는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 지분 15%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을 때도,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