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강성부 펀드’ 품으로, 인수가 낮춰 7주 만에 본계약 성사
KCGI, 인수 가격 10% 낮춰 2,200억원에 계약
OK금융·메리츠증권 ‘구원투수’로 인수자금 확보
관건은 '적격성 심사', 당국 '파킹딜 의혹' 돋보기 심사' 예고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결국 한양증권을 품에 안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7주 만이다. 다만 KCGI의 한양증권 인수 마지막 관문인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KCGI·한양학원, 인수 본계약 체결
19일 KCGI는 한양재단과 2,204억원에 한양증권 지분 29.6%(보통주 376만6,973주)를 인수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양증권의 최대주주인 한양학원과 계열사인 백남관광, 에이치비디씨가 보유한 지분이다.
이는 당초 KCGI가 인수의향서(LOI)에서 제안했던 인수가격보다는 10%가량 낮아진 액수다. 앞서 KCGI는 인수가격으로 한양증권 주식 1주당 6만5,000원을 매매대금으로 제시하며 약 2,449억원을 써냈지만, 이번 협상에서 1주당 5만8,500원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대해 KCGI는 한양증권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고, 이미 보유한 KCGI자산운용과 KCGI대체운용과의 시너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KCGI는 이번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가리지 않고 모집했다. 이 중 후순위출자자(LP)로 참여하는 OK금융그룹은 1,200억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증권은 계열사인 메리츠캐피탈과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KCGI는 이날 한양증권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직후 “이번 한양증권 지분 인수를 위해 기관전용사모펀드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해당 펀드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할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은 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본계약이 체결된 만큼 남은 관문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 통과다. 다만 무난하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KCGI뿐 아니라 펀드에 출자한 OK금융그룹 등 LP들에 대한 적격성도 모두 따지는 데다 KCGI에 대한 여러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파킹딜 의혹이다. 파킹딜은 인수합병(M&A) 시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계약하고 일정 기간 후 다시 지분을 사들이는 허위거래를 말한다. 한양학원이 60여 년 만에 30% 미만의 지분을 매각한 점,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의 아들이 KCGI에 채용된 이력, 강성부 KCGI 대표의 한양대 대우교수 경력 등이 의혹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물론 현행법을 살펴보면 파킹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자본시장법상 대주주 요건으로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 정도를 요구하고 있을 뿐, 매도자와 인수자 간의 계약상 문제에 대해서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에서 대주주 자격에 대한 규제사항을 두고 있는 취지를 감안할 때,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자는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이번 인수전에서 파킹딜 등 부적절한 이면 계약 발생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적극 검토해 이를 심사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운영 역량도 시험대
OK금융의 핵심 출자자 참여도 당국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OK금융의 자회사 OK저축은행이 최근 DGB금융지주의 1대 주주로 올라섰던 까닭이다. OK금융이 은행지주사의 1대 주주면서 동시에 증권사 인수에 관여하는 것은 시장 내 영향력 확대로 해석될 수 있어 당국의 적격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KCGI가 증권사를 운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KCGI가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인수에 이어 증권사 인수까지 나선 데는 제도권 종합금융그룹을 출범시키겠다는 강 대표의 강한 포부가 담겨있다. 실제 강 대표는 지인들에게 자신이 제2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될 것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SK투자신탁·SK생명보험, 대우증권, KDB자산운용 등 연이은 M&A로 사세를 키운 미래에셋그룹을 벤치마킹해 그룹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가 한양증권 인수전에 시가의 4배가 넘는 가격을 베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증권사 인수가 처음인 만큼 강 대표의 증권사 경영 역량에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평가다.
KCGI의 지난 행보에서 소액주주들의 불신이 쌓여온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정성적 요인인 ‘사회적 신용’ 부분에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KCGI는 쌍용차 인수를 미끼로 주가조작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논란에 선 바 있다. 강 대표는 “인수전에서 발을 빼 문제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KCGI가 자금 조달 계획까지 밝히며 주가조작세력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DB하이텍에 대한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가 결국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만 대주주에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면서 ‘밀실 합의’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