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권위 ‘현대차 인도법인’ IPO 승인, 인도·아세안 공략 고삐

160X600_GIAI_AIDSNote
현대차 4조원 규모 초대형 인도 상장 ‘속도’
상장 완료까지 1~2개월 소요, 현지 맞춤형 시장 공략
LG전자도 내년 초 인도 증시 입성 목표
Hyundai_INDIA_FE_20240925
지난 4월 인도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법인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진행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4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속도를 내면서 연내 상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번 자금 조달이 완료될 경우 ‘기회의 땅’ 인도 시장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현대차의 구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 인도 증시 입성 목전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인도 시장의 규제당국이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IPO관련 제출한 서류에 대해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사안을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소식통 2명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들은“ 현대차 인도법인이 이번 IPO를 통해 30억 달러(약 4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도법인의 IPO를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며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고, 현재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DRHP에는 모회사인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 주 중 최대 1억4,200만 주, 전체 지분의 17.5%를 매각하는 내용이 담겼다. IPO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 대신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지분의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인도 증시에서 DRHP가 승인되면 이후에는 RHP(Red Herring Prospectus) 작업으로 전환된다. RHP는 우리나라의 증권신고서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인도의 경우 수요 예측 이후 확정 공모가와 공모일을 정하고 그 정보를 RHP에 모두 넣어서 작성·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의 승인이 완료된 만큼 향후 1~2개월 안에 SEBI의 최종 승인과 공모가 확정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이 최종 완료될 경우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2003년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마루티 스즈키가 상장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IPO에 성공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된다.

IPO로 확보한 현금, 인도 시장 투자 확대에 사용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한 이후 1998년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로 경차 아토스를 개조한 쌍트로 양산을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는 승승장구하며 세계 1위의 14억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판매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IPO를 기반으로 세계 3위 자동차 판매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와 함께 전동화 생산 기지 구축, 현지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 시장 특화 모델 출시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토대로, 연간 자동차 판매 500만 대 규모로 성장한 인도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인도 첸나이에는 현대차 제1·2공장이 있고, 중부 아난타푸르에는 기아 공장이 있는데, 최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탈레가온 지역에 있는 공장을 인수했다. 탈레가온 공장이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연산 82만 대 규모의 첸나이 제1·2공장, 34만 대 규모의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에 이어 3번째 공장을 구축하게 된다.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면 현대차·기아의 인도 현지 생산능력은 약 150만 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IPO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나, 자금을 곧장 주주환원에 활용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인도 정부와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IPO로 확보한 자금을 인도에 대한 재투자가 아닌 본사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투입할 개연성은 다소 낮다”며 “현대차는 이미 순현금을 풍족하게 보유하고 있고 IPO를 승인할 인도 정부와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LG_IPO_India_20240925
사진=LG전자

LG전자도 인도 증시 노크

현대차에 이어 LG전자도 인도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내년 초로 전망되는 LG전자의 인도 증시 상장 주관사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이 거론된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달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예비심사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이 인도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10억~15억 달러(약 1조3,000억~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LG전자는 2030년 매출 100조원 목표를 제시(지난해 매출 84조원)했는데 냉난방공조(HVAC)를 비롯한 신사업 확장, 1조원에 달하는 광고·콘텐츠 사업 투자 계획 등을 위해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증시를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인도법인의 가치는 130억 달러(약 1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가 인도법인 상장을 추진하는 건 이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 누적 2조86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연 매출로도 2018년 2조4,703억원에서 지난해 3조3,009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인도 증시 상장과 관련해 “유사 산업 및 유사 IPO 사례를 살펴보면서 인도 시장의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