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30조 세수 결손, 4년 연속 세수 오차에 나라 살림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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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대규모 '세수 오차', 올해 세수 펑크 30조원
법인세 예상치 77조원이었지만 14.5조원 줄어들어
기재부 "기금 활용하고 예산 불용해 부족분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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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정부 예상보다 30조원 부족할 것이라는 세수 재추계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대인 56조4,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2021년과 2022년 발생한 초과 세수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대규모 추계 오차가 발생이다.

2년간 ‘세수 펑크’ 86조원, 올해 법인세 결손 14.5조원

26일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 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세수 전망치를 337조7,000억원으로 재추계했다. 당초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은 367조3,000억원으로 예산상 국세 수입과 비교하면 실제 국세 수입이 29조6,000억원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예산은 세수 전망을 토대로 한 세입 예산과 이를 바탕으로 짜는 세출 예산으로 구성된다. 이날 재추계한 전망치는 56조4,000억원의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 국세 수입 344조1,000억원 대비 6조4,000억원 감소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주요인으로는 법인세가 지목된다. 올해 법인세 결손은 14조5,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결손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위축에 따른 결과”라며 “특히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여파로 법인세 감소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는 전년도 사업 실적을 토대로 납부하기 때문에 지난해 실적 부진이 올해 국세 수입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법인세뿐 아니라 주요 세목 대부분이 당초 예상보다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는 5조8,000억원의 결손이 발생하고 종합소득세는 4조원, 개별소비세는 1조2,000억원, 상속·증여세는 5,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연장과 고물가 대응을 위한 할당 관세 확대도 결손 규모를 키웠다. 유류세가 포함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관세 수입도 각각 4조1,000억원, 1조9,000억원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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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중간 예납 부진에 세수 추계 오차율 8.8%

만약 기재부 재추계대로 국세 수입이 걷힌다면, 올해 세수 추계 오차율(본예산 대비 결손액)은 8.8%에 이른다. 이는 역대 세수 결손으로 인한 추계 오차율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치다.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 추계 오차율은 14.1%였다. 2021년과 2022년에 발생한 초과 세수까지 포함하면 대규모 추계 오차가 4년 연속 발생한 셈이다. 2021년 초과 세수 규모는 61조3,000억원, 2022년은 52조2,000억원으로 4년간 발생한 추계 오류의 규모는 총 199조5,000억원에 이른다.

당초 정부는 세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중간 예납을 독려했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를 ‘법인세 쇼크’로 보고 올해 세수 결손을 줄이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법인세 중간 예납은 ‘전년 법인세 납부액 절반’이나 ‘올해 상반기 가결산 세금’ 중 적은 금액을 8월에 미리 내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기업 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만큼 중간 예납에 기대를 걸었지만, 실제 올해 8월 납부액은 20조1,000억원에 그쳤다. 세수 결손이 올해보다 심각했던 지난해 8월 예납액 22조원보다도 1조9,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손실을 봤다가 올해 상반기에 16조원대 이익을 낸 삼성전자와 올해 들어 6조원대 흑자로 전환한 SK하이닉스 등은 적지 않은 법인세를 예납했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작년 치 법인세의 절반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세수 구조도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법인세가 전년 대비 17조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근로소득세는 3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와 비슷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세수는 62조1,000억원으로 법인세의 77.2%였지만, 이날 정부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근로소득세 세수 전망치는 61조7,000억원으로 법인세의 97.6%에 육박했다.

지방재정도 삭감 불가피, 경기 부양 ‘실탄’ 고갈 우려

대규모 세수 오차가 4년 연속 현실화되면서 나라 살림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소득세, 법인세 등 내국세 세수는 법에 따라 19.24%는 지방교부세로, 20.79%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된다. 지방으로 교부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만큼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지방재정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교부세가 지자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교육교부금이 지방교육청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지자체는 교부금을 받아 농업생산 지원·어촌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복지에 사용하고 교육교부금은 방과후 돌봄 서비스인 늘봄학교, 친환경 무상 급식·교복 지원 등 무상교육의 재원으로 투입된다. 하지만 세수 결손으로 교부금이 줄면서 전국 17개 지자체가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세수 결손의 여파로 지방교부세는 4조2,000억원, 교육교부금은 5조3,000억원, 총 10조원가량이 삭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56조원의 세수 펑크에 대응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해야만 했다.

관건은 30조원에 달하는 결손을 어떻게 메우느냐다. 지난해에는 지속된 달러화 강세로 쌓아 놓은 외국환평형기금 20조원을 총괄계정인 공공자금관리기금에 투입해 대응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자기금 순상환이 계획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외평기금 투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세수 재추계 현안보고’에서 외평기금 활용 가능성에 대해 “현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기금 여윳돈을 활용하고,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부족분을 메꾼다는 방침인데 어떤 기금을 활용할지, 가용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정하지 못했다. 관계 부처 및 국회 등과 논의해 구체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지만 세입 추가경정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검토 대상이 아니다.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으로 규정된 국가재정법상 추경 사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세입 추경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미래세대 부담이 커지고,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