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볼트온 실패 ‘이중고’에 프레시지 실적 악화일로, 최대주주 앵커 PE 500억원 자금 지원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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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밀키트 업계 성장성 하락세, 프레시지 매출액도 37.7% 급락
'볼트온 전략' 위해 닥터키친·허닭 등 품었지만, 인수기업 적자경영에 손실만 확대
사실상 '디폴트 위기' 몰린 프레시지, 앵커 PE "500억원 추가 자금 투입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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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밀키트 업계 1위 업체인 프레시지의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프레시지의 최대주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 PE)가 추가 자금 투입을 추진한다. 자금 조달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채우고 나아가 수익성 개선까지 꾀하겠단 취지다. 다만 프레시지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매출원가율이 높은 밀키트 제조업 특성상 흑자 전환이 어려운 데다, 무리한 인수합병(M&A)의 부작용으로 실적 기반이 무너진 상태라서다.

앵커 PE, 프레시지에 추가 지원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 PE는 최근 실적 악화를 겪는 프레시지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결성한 4호 펀드(펀드 Ⅳ)를 활용해 500억원 내외 수준을 지원하겠단 것이다. 자금을 수혈해 유동성 우려를 불식함으로써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반을 세우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앵커 PE는 지난 2021년 프레시지의 구주 일부를 인수한 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총지분 64.43%)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은 3,000억원가량이다.

수익성 저조한 프레시지, 재무 상황도 악화

이전까지만 해도 프레시지는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집밥 트렌드’와 함께 고속 성장을 이루며 국내 밀키트 시장 점유율 70%를 확보하는 등 명확한 성과를 보인 바 있어서다. 문제는 수익성이 지나치게 저조했단 점이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밀키트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높다. 프레시지 역시 지난해 매출원가율(연결 기준)이 83.6%에 달했다. 매출의 대부분이 원가 충당에 사용됐단 의미로, 프레시지가 지난해 기준 순손실 2,239억원을 기록한 배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채소 등 재료를 손질하고 포장하는 과정은 자동화가 쉽지 않아 아직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며 “매출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추가 투입되는 구조다 보니, 밀키트 사업은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화하고 엔데믹에 접어들자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을 크게 밑돌기 시작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밀키트 시장 성장이 한창이던 2021년, 업계에선 2025년 시장 규모가 7,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프레시지의 매출액 또한 2020년 1,000억원, 2021년 2,000억원, 2022년 5,300억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뤘다. 그러나 현재 업계의 2025년 시장 전망치는 기존의 절반가량인 4,000억원까지 줄었고, 프레시지의 매출액도 지난해 기준 3,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7%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회사의 재무 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프레시지의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는 412억원에 달한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프레시지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576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과 지난해 프레시지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이 각각 774억원, 408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영업 활동을 유지할 시 그나마 남은 현금 잔고도 올해 말께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린 상태로, 앵커 PE가 추가 투자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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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온 전략 사실상 실패, 앵커 PE 엑시트 어려울 듯

다만 자금 투입 이후로도 프레시지의 실적 개선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앵커 PE가 주도한 볼트온(bolt-on)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볼트온이란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기업을 M&A함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것을 뜻한다. 주로 PEF가 운용 중인 기업에서 활용되는 전략으로, 재매각을 염두하고 기업가치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 주목적이다.

프레시지는 볼트온 전략에 따라 지난 2021년 중소 물류회사인 라인물류시스템(지분율 72.48%)을 시작으로 2022년 ▲닥터키친(100%) ▲허닭(100%) ▲테이스티나인(100%)를 사들였다. 이들 회사 매입에 들인 자금은 총 2,471억원(현금+자사 주식)에 달한다. 이후엔 냉동 볶음밥 업계 1위인 한우물 영농조합도 인수했다. M&A를 통해 프레시지를 건강·특수식, 밀키트, 물류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인프라를 갖춘 상위 사업자로 도약시킨 뒤 하나의 회사로 ‘규모의 경제’를 이룸으로써 폭발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앵커 PE의 최종 목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대와 달리 인수 기업들이 영업손실을 겪으면서 기업 인수에 따른 이점을 크게 누리지 못했다. M&A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022년 기준 인수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라인물류시스템 92억원 ▲닥터키친 50억원 ▲허닭 42억원 ▲테이스티나인 131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선방한 한우물의 경우도 약 30억원가량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손실을 메꾸진 못했다. 이에 프레시지는 2022년 711억원의 영업권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고, 같은 해 305억원의 영업권도 상각 처리했다.

지난해에도 손실은 이어졌다. 자회사 실적이 거듭 하락하자 프레시지 차원에서 잔여 영엽권 1,072억원을 손상차손 820억원, PPA 상각 252억원으로 모두 처리했고, 그 결과 지난해 말 프레시지의 영업권은 ‘0원’으로 계상됐다. 통상 인수 기업이 적자경영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그만큼 영업권에 손상차손을 반영한다. 결국 본사에서 자회사들의 사업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이 나왔단 의미다. 결과적으로 인수 기업들이 프레시지의 성장 및 앵커 PE의 엑시트 계획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앵커 PE의 추가 투자가 현실화하지 못할 수 있단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프레시지로의 추가 투자에 출자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앵커 PE는 2021년 투썸플레이스 이후 엑시트가 중단된 만큼 출자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최근엔 PEF가 지배하는 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매각과 IPO 등 엑시트 수단이 모두 막힌 프레시지에 대한 자금 투입을 선뜻 동의하는 출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