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 공개매수’로 경영권 분쟁 반격 나선 고려아연, 영풍정밀 지분이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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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 본격화, 영풍·MBK 공개매수 무산 가능성↑
변수는 영풍정밀 지분, "영풍정밀 경영권으로 고려아연 의결권 3.7% 확보 가능"
MBK 바이아웃 펀드로 8조원 확보, 공개매수 실패해도 '재반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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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실시한 공개매수가 마무리되기 전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려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동기를 줄이겠단 취지다. 연합 측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한 고려아연의 반격이 본격화한 가운데 시장에선 영풍정밀 지분의 향방에 관심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공개매수 성공 여부가 미지수에 빠진 만큼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의 중요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안건 의결

2일 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취득 및 취득한 자사주에 대한 전량 소각 내용을 담은 안건을 의결했다. 공개매수가는 영풍·MBK 측 가격(75만원)보다 높은 주당 83만원으로 결정됐다. 매수 기간은 4~23일이며, 취득 예정 주식 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5%(320만9,009주)가량이다.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도 공동 매수자로 참여한다. 베인캐피탈은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 주식 수의 2.5%인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18%의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건 매수세를 끌어올려 회사의 주가를 80만원 이상으로 높이기 위함이다. 주가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인 75만원을 상회하면 주주들이 연합 측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주주 참여율이 저조해 오는 4일까지 매수 수량이 최소치(6.98%)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는 최종 무산된다.

대항 공개매수가 본격화하자 MBK는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추가 가처분을 신청하고 나섰다. 장기적인 주가 하락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공개매수를 단행한 것은 배임,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주 입장에서 소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원래 수준(지난달 12일 종가 55만6,000원)으로 돌아간 뒤 발표해도 된다”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수조원의 회삿돈을 쓰는 건 명백한 배임이자 시세조종”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 ‘키’로 떠오른 영풍정밀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가 난전 양상에 접어든 가운데,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경쟁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영풍·MBK는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6일까지 영풍정밀 지분 43.43%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매수 가격은 당초 2만원대였으나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회사 주가가 오르자 가격이 2만5,000원까지 올랐다. 2일 종가 기준 영풍정밀의 주가는 2만5,450원이다.

이에 최 회장 등 일가는 1일 사재 총 1,181억원을 투입해 영풍정밀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공개매수 가격은 연합이 제시한 주당 2만5,000원보다 20%(5,000원) 높은 3만원이며, 공개매수 기간은 2일부터 21일까지 총 20일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최 회장 측의 영풍정밀 지분은 35.45%에서 60.45%까지 늘어난다.

양측이 영풍정밀 경영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건 영풍정밀 지분을 가진 곳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만일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단순히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가져오는 것을 넘어서 최 회장 측 지분을 그만큼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영풍정밀 경영권이 고려아연 의결권 3.7%와 같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영풍정밀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남을 경우 영풍·MBK는 고려아연 지분 최소 목표 수량인 6.9%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과반의 지분율을 갖지 못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풍정밀이 고려아연에 남으면 영풍·MBK가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받아내기 위해 설득해야 할 기타주주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 지분에서 자사주 2.4% 의결권을 제외하고 국민연금이 기권한다는 가정하에 영풍·MBK는 기타주주의 최소 66%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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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충분한 고려아연-MBK, 향후 ‘2차전’ 발발하나

치열한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은 오는 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에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단 얘기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최씨 일가는 경영권 방어 전략의 상당수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개매수가 무위로 돌아갈 경우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등 변수만 제거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사실상 4일날 경영권 분쟁의 ‘1차전’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이란 의미다.

이에 업계에선 향후 ‘2차전’ 발발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양측의 자금은 충분하다. MBK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회사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로 ‘MBK파트너스 6호 펀드’를 조성해 출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해당 펀드는 조성 6개월 만인 지난 2월 목표액 10조원의 절반을 확보했으며, 최근까지 8조~9조원의 투자금 유치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을 통한 인수금융으로 1조5,000억원의 자금도 조달했다. 공개매수에 실패해도 매수 가격을 90만원까지 높여 재차 공개매수에 나서는 등 ‘재반격’에 나설 수 있단 뜻이다.

최 회장의 경우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71만3,000원으로, 최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 15.6%의 가치는 2조3,000억원가량이다. 여기서 통상 상장사의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이 40% 수준임을 고려하면, 고려아연 지분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9,000억원 안팎이다. 물론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만큼 주식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긴 하나, 대출 가능 자금 변동 폭이 과도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