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지분 경쟁 핵심승부처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또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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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2만→2.5만→3만원 조정
고려아연 최 회장과 동일가격이지만 시기·물량서 우위
영풍정밀 지키려면 최 회장 측도 조건 변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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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주당 3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씨 일가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자 재차 인상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끝없는 ‘치킨게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MBK,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두 번째 인상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난달 13일 2만원으로 시작한 공개매수가를 2만5,000원으로 한 차례 올린 데 이어 두 번째 인상이다. 이에 따라 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대금은 1,710억원에서 2,052억원으로 늘었다. 당초 이달 6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공개매수 기간도 14일까지로 연장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 마감일 10일 안에 매수가 등을 정정하면 정정한 날로부터 10일 뒤로 마감일이 미뤄진다.

이번 인상은 고려아연이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주당 3만원에 영풍정밀 주식 393만7,500주(25%)를 사들이는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것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다. 특히 MBK가 제시한 매수수량에는 현재 영풍정밀 발행주식 중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 주식 전부를 사들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공개매수를 고민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MBK에 팔면 신청 수량을 전부 차익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의 조건은 MBK와 가격은 동일하나 수량에서 모자라, 만약 초과신청이 들어오면 모든 주식을 팔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더군다나 MBK의 공개매수기간(14일까지)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21일까지)보다 먼저 끝나는 만큼, 결국 지금과 같은 조건이라면 투자자들은 무조건 MBK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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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가격 상향도 임박, ‘반격에 재반격’ 극한 대결

이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실질적 마감일인 오늘(4일)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영풍정밀과 마찬가지로 재차 인상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4일부터 미국계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함께 최대 3조1,0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대항 공개매수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고, 베인캐피탈이 별도로 4,000억원을 투입하는 구조다. 주당 매수가는 MBK(75만원)보다 높은 83만원이다. 최대 취득 물량도 18%(고려아연 15.5%, 베인캐피탈 2.5%)로 MBK와 영풍의 최대 취득 지분인 14.61%보다 많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일 공개매수 계획 발표 당시 공개매수 응모 수량이 121만5,283주(발행주식총수의 5.87%)에 모자르면 매입하지 않는다고 전했지만, 4일 공개매수 공고에서는 이 조건을 삭제하고 신청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고 밝혔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을 지우는 동시에 이날까지 진행 예정인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주당 75만원, 최저수량 6.87%)보다 가격, 수량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MBK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하면 순자산 27% 감소”

이에 MBK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고 7% 금리에 2조7,000억원의 차입금으로 진행된다”며 “올해 상반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자산(자본총계)은 9조8,000억원 정도지만 자사주 취득 후 순자산은 7조1,0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MBK 측 분석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조달한 2조7,000억원의 차입금과 CP(기업어음) 발행에 들어간 4,000억원을 반영하면 회사 부채비율은 95%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부채비율은 36.5% 수준이다.

MBK 관계자는 “이 경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1.73배로 높아질 텐데, 그러면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조정 검토 기준인 ‘순차입금/EBITDA 0배 또는 0.5배 이하’를 큰폭으로 상회하게 될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에도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MBK 측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의 주당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자 비용이 1,8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며,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수가 321만 주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당순이익이 2만6,985원에서 2만3,624원으로 12.5%가량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주당순자산 역시 47만1,374원에서 40만5,591원으로 줄어 결과적으로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