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 최대어’ 케이뱅크, 회의론 뚫고 흥행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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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재수생' 케이뱅크, 10일부터 수요예측 돌입
최대 9,840억원 조달 목표, 시총 4~5조원 전망
고평가 논란도 여전, 몸값 인정 여부에 관심
오버행·낮은 LCR·구주매출 등은 주가 방어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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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이번 주 수요예측을 시작하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힌다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흥행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구주매출과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이슈 등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산재해 있어서다.

케이뱅크 ‘코스피 상장’ 본격화, 시총 5조 도전

8일 케이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0~1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2,000원이며 이달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 뒤 30일 상장을 목표로 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메릴린치증권이 맡았고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합류한다.

케이뱅크는 총 8,200만 주를 공모해 7,790억~9,8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4,100만 주)씩 신주 모집과 구주매출을 병행한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적정 시가총액은 5조4,048억원을 구했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재도전하며 시장에서는 7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눈을 낮춘 모양새다.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 시기인 2022년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836억원에 그친 반면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854억원을 달성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보수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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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2.56배 적용에 고평가 논란 불가피

다만 자본총계 및 순이익 격차가 큰 글로벌 인터넷은행을 비교대상으로 삼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산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비교그룹으로 카카오뱅크, 일본 SBI스미신넷뱅크(Sumishin Net Bank), 미국 뱅코프(Bancorp)를 선정했다. 최근 PBR이 높았던 브라질 누뱅크(9.84배)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PBR 5배 이상을 ‘비경상적인 멀티플’로 보고 제외했다.

비교기업의 PBR은 카카오뱅크가 1.62배, SBI스미신넷뱅크 2.96배, 뱅코프는 3.11배로, 케이뱅크는 이들의 PBR 평균치인 2.56배를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1조9,556억원)에 적용한 뒤 공모자금 유입액을 더해 적정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케이뱅크의 PBR은 카카오뱅크, KB금융, 신한지주 등 주요 금융주 대비 높지만, 앞서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적용한 PBR 7.3배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함이라는 평가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높은 기업가치가 산정됐다는 인상평을 내놓는다. 피어그룹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자본총계와 순이익이 케이뱅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SBI스미신넷뱅크와 뱅코프의 자본총계는 모두 10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1조원 후반대에 불과하다. 순이익도 비교기업들과 20~30배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공모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희망 공모가 범위의 최저치인 9,500원으로 하더라도 PBR이 카카오뱅크보다 높기 때문이다. 주당 9,500원으로 구한 케이뱅크의 올 6월 말 기준 PBR은 1.82배, 카카오뱅크는 1.5배 내외다. 자산, 자본 규모 모두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 대비 두 배 이상임에도 PBR은 케이뱅크가 더 높게 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PBR 5배 이상인 기업을 피어그룹에서 제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PBR이 산정되고 적용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평가액 대비 할인율의 최저가 7% 수준인 점도 꽤 낮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초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할인율 최저선이 21% 정도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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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행 이슈 및 구주매출도 걸림돌

오버행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흥행에 있어 변수로 지목된다. 유안타증권이 케이뱅크의 상장 첫 거래일(10월 30일) 유통 가능 주식 수를 산출한 결과 전체 상장주식의 28%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기관 투자자 확약률(운용사 1개월 확약 기준 8.89%)과 우리사주 소진율(9.73%)을 적용해 케이뱅크의 기관 투자자 확약률을 9.4%로 추정해 산출한 수치다. 기관 투자자가 이 수준으로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하면 28% 정도의 유통 가능 물량이 상장 당일 시장에 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부터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중 상장 당일 유통주식 가능 물량이 28%보다 높은 곳은 게임사 크래프톤(39.0%)이 유일하다. 하이브(19.8%), 두산로보틱스(18.4%), 에코프로머티(15.2%), SK아이이테크놀로지(15.0%) 등은 10%대 유통주식 수를 기록했고, 카카오뱅크는 6.6%였다. 이처럼 일반적인 IPO에 비해 상장 초기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많을 경우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절반이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공모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주매출이란 공모주 청약 시 기존주주가 가진 주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기존주주들의 차익 실현 목적이 크기 때문에 상장 기업 가치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구주매출이 절반으로 늘어난 건 재무적투자자(FI)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3년 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카니예 유한회사(MG새마을금고),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등 FI는 이번 기회에 구주매출에 참여해 거액의 상장 차익을 실현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낮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부정적 요소다. LCR은 금융 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은행이 최소 30일 동안 예금 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LCR(184.67%)은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708.50%), 토스뱅크(676.75%)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이에 케이뱅크는 최근 수신잔액을 늘리기 위해 지난달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10억원 한도 제한을 없애는 등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선 낮은 LCR로 인해 높은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와 무수익여신·고정이하여신 증가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등을 근거로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