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로 우위 점한 MBK·영풍,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대응은?
MBK·영풍 연합, 공개매수로 지분율 38.47%까지 확대
"최 회장, 신탁으로 확보한 자사주 처분할 것" 시장 전망
신규 이사 선임 표 대결, 금융당국 회계 감사 등에 주목해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대응 전략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과거 신탁을 통해 취득한 고려아연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처분, 본격적인 지분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외에 차후 벌어질 주주총회 표 대결, 금융당국의 회계 심사 등이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우위 점한 MBK·영풍 연합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된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총 110만5,163주(5.34%)의 지분이 응했다. 고려아연의 14일 주가(79만3,000원)가 MBK·영풍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83만원)를 밑돌면서 투자자 상당수가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란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기존에 소유한 지분(33.13%)에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을 더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38.47%까지 늘어나게 된다. 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 회장 측은 현재 34% 안팎의 우호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MBK·영풍 연합 쪽으로 기운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최 회장 측은 차입금을 활용해 자기 주식을 사는 자사주 매수 전략을 쓰고 있다. 공개매수로 최대 20%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17.5%를 소각한 뒤,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매입하는 2.5%만 우호 지분으로 삼아 최대 36.5%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자사주 신탁 계약 ‘히든카드’ 될까
문제는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 목표 예정 수량인 20%를 모두 확보한다면 오히려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환산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워진다는 데 있다. 최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할수록 시장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이 줄어 MBK·영풍 측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다. 아울러 차후 MBK 연합이 장내매수를 통해 2~3% 수준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단독으로 과반 의결권을 확보하며 경영권 장악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우선 시장은 최 회장 측이 과거 신탁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처분해 추가 지분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과 3차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 1.4%(약 1,500억원 규모)를 취득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두 번째 신탁 계약을 통해 추가 자사주 확보를 시도했으나, 공개매수의 여파로 1%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데 그쳤다. 고려아연이 현재까지 취득한 2.4%의 자사주를 처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려면 신탁 계약을 해지하고 증권사로부터 주식 현물을 이전받아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2.4%의 자사주가 사실상 ‘묶인 지분’인 만큼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낮다는 평도 나온다. 금감원의 기업공시 실무 안내에 따르면, 당국은 복수의 자사주 신탁 계약이 존재할 시 가장 최근 체결일을 기준으로 6개월이 지나야 신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가장 최근 신탁계약 체결일이 지난 8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4%의 처분은 내년 2월에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분쟁 둘러싼 추가 변수
차후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 대결 역시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은 MBK·영풍 측 인사다. 이사를 해임하는 데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와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가 필요한 만큼, 현시점에 이미 선임된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MBK·영풍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12명의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이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본격적인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의 행보가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자료를 토대로 양측의 회계 위반 혐의 여부, 충당부채·투자주식 손상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회계 심사와 관련해 당국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양측의 정기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며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성이 있는 감리 조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감리 조사에 착수할 경우 분쟁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전문가는 “감리 조사가 시작되면 당국은 감사인 등을 불러 깊이 있는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며 “회계 심사가 감리 조사까지 이어져 어느 한 쪽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과징금, 검찰 고발,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 판도를 뒤집을 만한 강력한 제재가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