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유럽 은행들 초과 수익, 미래 대비한 ‘완충재’로 삼아야
유럽 정부들, 작년 은행 초과 수익에 과세 움직임
‘은행 수익성 유지 불가능’ 상황에서 ‘완충 자본’ 사용이 적절하다는 지적 잇달아
운영 효율성 개선, 디지털 전환, 매출 구조 다각화 등 ‘은행 구조 개선’도 시급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 증가는 은행들이 완충 자본(capital buffers) 적립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기할 수 있는 기회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금융 이익에 대한 특별세 부과로 재정 문제를 완화하려 하기보다 은행들이 향후 경제 위기에 대비해 수익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다. 다만 완충 자본 축적과 함께 은행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데,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며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지 않는다면 유럽 은행들은 다시 수익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안을 고려한 단기 정책 수단과 장기적인 구조 개선 과제를 조화롭게 이끌어 가는 것만이 유럽 은행 시스템의 안정화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작년 유럽 은행 수익률, 코로나 이전 시기보다 ‘두 배 급등’
최근 유럽 은행 산업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가운데 일부 유럽 정부는 초과이윤세(windfall taxes) 부과나 과세가 가능한 배당금 지급을 유도해 공적 자금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경기에 수익성 높은 은행 산업에 과세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현재의 높은 수익성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은행들은 수익성 하락이 예견되는 현재 시점에 향후 경기 변동에 대비한 완충 자본을 쌓음으로써 불경기에 안정된 신용 공급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높은 장기 대출 및 채권 금리와 낮은 단기 예금 금리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벌기 때문에 정책 금리가 오르고 장단기 금리 차가 벌어지는 시기에 높은 예대 마진(interest rate margins)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대 마진 효과는 특히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오르거나 최근처럼 마이너스 금리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점에 극대화된다. 소매 금융에서는 예금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없어서 마이너스 정책 금리 시기에 은행 마진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높은 금리는 채무자들의 대출금 상환 부담을 올려, 부실 대출이 늘고 대촌충당금 설정액이 증가해 은행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면도 있다.
실제 빈센조 구조(Vincenzo Guzzo) 국제통화기금(IMF) 부국장과 레프 라트노프스키(Lev Ratnovski)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2,500개 이상의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유럽 은행들의 자산수익률(return on assets, ROA)은 코로나 이전 시기인 2015~19년 기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자수익 증가와 부실 대출 감소가 수익 급등 주요인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 은행들의 자산수익률은 급격히 낮아졌었다. 수년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금융 위기 이후 엄격해진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완충 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자기자본수익률(return on equity, ROE)로 측정한 수익성 하락은 자산수익률보다 더 크고 지속되는 패턴을 보였다.
최근 유럽 은행의 급격한 수익성 제고를 견인한 첫 번째 요인은 은행들이 대출 금리에 비해 예금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순이자수익(net interest margins)이 늘어난 것인데, 이는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한 은행들이 치열한 예금 확보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고용 시장 안정화와 기업 실적 개선으로 부실 대출이 줄어들어 은행 대손충당금이 최소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본 조달 비용 증가와 자산 부실화로 수익성 지속 불가능 예상
하지만 이 같은 좋은 시절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예금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옮겨 다니면서 은행의 지급준비금(bank reserves)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정책 금리까지 낮추면서 순이자수익도 감소하고 있어 현재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전 경제 위기들을 거치며 은행들이 보유한 금융 자산들도 상당 부분 부실화되고 있어 수익성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도 최근의 은행 수익성 급등은 곧 하락 반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순이자수익이 올해부터 2026년 사이 급격히 하락해 작년 수익 실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진의 추산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작년에 기록한 순이자수익 증가의 90%가량이 2006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지난 20년간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을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는데, 유럽중앙은행은 이미 ‘시장 포화’, ‘낮은 수준의 경쟁’, ‘디지털 기술 도입 지연’ 등을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과 자본 건전성을 옥죄는 만연한 문제점들로 지적해 왔다.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들의 해결이 없다면 유럽 은행들은 투자 유치와 충분한 지급준비금 보유에 필요한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 초과 수익에 대한 과세, 미래 충격 대비할 ‘완충 자본’ 축적 방해
2023년 이후 유럽 12개국이 도입한 은행 대상 신규 과세들은 저마다 형태의 차이가 있지만 과세율 자체는 우려할 만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특별세 형태의 과세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은행의 자본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은행 산업 전체에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경기 침체기에 은행이 경제 회복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을 축소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추가 과세로 인해 은행이 향후 경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완충 자본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출 부실화가 증가하고 있는 현재 금융 상황으로 볼 때 발생한 수익을 지급준비금에 할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조치로 판단되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들은 은행들이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CCyB,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은행들이 추가로 유지하는 최저 자본 비율)을 적립한 후 위기 때 풀어 신용 공급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경기대응완충자본 비율이 낮거나 없는 국가의 은행들은 반드시 수익을 지급준비금으로 돌려 미래 충격에 대비하고, 보다 건전한 은행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유럽 은행 ‘장기 수익성’ 담보 위한 ‘구조 개혁’도 시급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고민은 한시적인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럽 은행들이 장기 수익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여전히 안고 있다는 점인데 시장 포화와 낮은 운영 효율성, 신기술 도입 지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한계점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였지만 이후의 경기 순환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은행 구조 개혁은 향후 은행 사업 모델을 개선하고 수익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사항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EU(유럽연합) 차원 ‘은행 연합’ 설립 완료를 통해 국가 간 은행 거래를 간소화하고 규제 차이로 인한 시장 파편화를 줄여 나가는 것도 유럽 은행 시스템 효율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문의 저자는 빈센조 구조(Vincenzo Guzzo)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부국장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Banks should lock in profits as buffers for rainy day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