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고금리 부작용인가” 급증하는 식당 ‘먹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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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전취식·승차 신고 건수, 근 10년 만에 최대치
"벌금·과태료 처벌이 고작" 법 강화 필요성 제기돼
무전취식 급증은 고금리·경기 침체의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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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식사 이후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는 무전취식, 이른바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며 경기 전반이 가라앉은 가운데, 가계 소비 여력이 위축되며 시장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업계 휩쓰는 ‘무전취식’ 공포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무전취식·승차 신고 건수는 12만818건에 달한다. 이는 최근 10년 통계치 중 최대 수준이다. 소액 피해를 본 업주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무전취식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무전취식·승차 신고 건수는 2019년 11만6,496건을 기록한 뒤 2021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 2022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재차 증가하고 있다.

식사 후 값을 치르지 않는 손님들이 급증하자, 자영업자들은 먹튀를 예방하기 위해 ‘테이블 오더(Table Order)’ 설치를 확대하는 추세다. 테이블오더는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고객이 테이블에 있는 태블릿으로 직접 상품을 주문·결제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최근 식당에 테이블 오더를 설치했다는 한 자영업자는 “곳곳에서 먹튀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니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설치했다”며 “먹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테이블 오더로 선결제를 받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처벌은 사실상 ‘솜방망이’

일각에서는 무전취식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무전취식자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경범죄의 종류) 39호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구류 또는 과료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무전취식 피해액이 크거나 상습적인 경우 사기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전취식 당사자가 술에 취해 있거나 단순 착각 등으로 계산을 잊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식당 주인과 당사자가 합의하는 방식으로 내사 종결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무전취식에 대한 사건에 형사 처분이 내려진다고 해서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전취식자로부터 상품 대가를 받길 원하는 업주는 검찰에 형사조정을 신청해 합의금을 받거나, 법원에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전취식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법 강화를 통해 제도적으로 업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먹튀’라는 표현처럼 사회 전반에서 무전취식은 가벼운 행위로 여겨지고, 대부분 경범죄로 처벌되고 있다”며 “법이 제정됐던 당시와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회 환경의 변화에 맞춰 입법적인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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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가계 소비 여력 위축

한편 시장은 무전취식 급증의 원인으로 고금리와 경기 침체를 지목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 가계부채가 늘고 이자 부담이 확대되며 가계의 전반적인 소비 여력이 감소, 시장 곳곳에서 일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7,000억원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대출 상환에 실패하는 가계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18일 발표한 ‘2024년 8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 말(0.38%) 대비 0.02%p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0.26%)은 지난달 말(0.25%) 대비 0.01%p 상승했고, 같은 기간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0.82%)도 0.06%p 늘었다.

가중되는 상환 부담 속 가계 여윳돈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올 2분기 1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줄며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계 흑자액은 세금과 연금, 이자 등을 내고 남은 소득(가처분소득)에서 의식주 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