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2의 거점’ 인도 증시 탑승, 4조5,000억 자금 확보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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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으로 4.5조 조달
정의선 회장 "인도가 곧 미래다"
전략차종 개발·R&D 印 시장에 재투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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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아쉬쉬 차우한 인도증권거래소(NSE) 최고운영자(CEO) 등이 타종식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권시장에 사상 최대규모로 신규 상장했다. 현대차 해외 자회사의 첫 상장이자, 외국계 완성차 기업으로는 인도 증시 사상 두 번째다. 이번 상장으로 4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현대차는 인도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1위 자동차 기업을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 상장

22일(현지시각) 현대차는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서 인도법인 현지 증시 상장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 부사장, 타룬 가르그 인도권역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250명이 참석했다. 촛불 점화로 시작된 기념식에서 정 회장은 증시 상장을 알리는 의미로 직접 타종에 나섰다.

정 회장은 기념식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진출 이후 인도의 일부가 됐다”며 “인도가 곧 미래이므로 투자를 늘리고, 연구개발(R&D) 역량을 확장해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사회를 통해 신중하고 투명하게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며 현지화에 대한 헌신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가진 인도법인 지분 17.5%(1억4,219만4,700주)를 인도 주식 시장에 공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기업공개(IPO)는 대흥행이었다. 공모가는 희망 가격 최상단인 1,960루피(약 3만2,000원)로 책정됐고, 청약에선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공모 주식 수의 2.39배에 달하는 예약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 금액은 33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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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3일 인도 하리아주 구르가온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현대차

중·러시아 대체할 새 먹거리 시장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 1997년 2억6,000만 달러(약 3,600억원)를 들여 건설한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인 상트로를 양산하며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1998년부터 전략 차종을 내놓으며 현지 소비자를 공략한 현대차는 첫해 2%였던 점유율을 2년 만인 2000년 14%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08년 2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2015년엔 도심형 SUV 크레타를 내놓으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SUV 붐을 일으켰다. 포브스인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에서 크레타는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1만5,902대가 팔려 SUV 부문 1위, 전체 자동차 중 톱3에 올랐다. 현대차는 2019년 인도 시장 첫 전기차인 코나 EV에 이어 지난해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인도 전기차 시장도 이끌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인 인도는 현대차에 있어 ‘기회의 땅’이다. 최근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8월 이틀간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와 현대차 인도공장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도 시장은 지난해 현대차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데도 한 몫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2022년 대비 9.4% 늘어난 60만5,000대를 팔았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60만 대를 넘어선 것은 인도 시장 진출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유럽 권역 판매량(63만6,000대)과는 불과 3만여 대 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인도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와의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소프트웨어 등 하이테크 기술 개발과 인도 내 인재 교육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형차 위주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현대차는 인도 내수 시장 공략은 물론, 인도를 세계 90여 국으로 수출하는 허브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인도에서 75만 대를 생산해 이 가운데 20%인 15만 대를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 등으로 수출했다. 생산과 수출 모두 국내에 이어 2위다. GM으로부터 인수한 3공장이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면 생산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며, 2028년 110만 대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印 노조의 잦은 파업과 임금 인상 요구

다만 고용 리스크는 해결 과제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젊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생산 인력들을 수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다. 단 그로 인한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로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잦은 노조의 파업과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 역시 인도 공장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2007년 6월 106명의 활동가를 중심으로 최초의 현대차 인도 노조 HMIEU(Hyundai motors India Employee Union)가 결성됐지만 현대차 인도법인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을 이유로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HMIEU는 같은 해 7월 1,000명의 노동자들이 식사 거부를 하는 것으로 조직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주정부의 노동 담당 사무소는 2007년 7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중재기간을 가지면서 현대차가 노조를 인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현대차의 응답은 노조원들을 해임하거나 중징계를 내리고 생산직 노동자를 언어가 전혀 다른 주의 서비스 부서로 전출 보내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결국 노조는 해고된 노동자들을 노조기금으로 지원을 시작했고, 2008년 2월에는 현대차 2공장 설립을 축하하러 방문한 타밀나두 주지사를 만나 탄원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노동자만 600여 명이었다. 너무 많아 현지 감옥에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후 같은 달 800여 명의 노동자들은 단식투쟁에 들어갔고 3월에는 첸나이 한국문화센터 앞에서 시위를 벌여 6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7월에도 HMIEU의 파업이 단행됐다. 요구 사항은 첸나이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에서 해고된 근로자의 복직과 임금 인상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