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3자 연합, 소액주주 지지 획득 “임시 주총 표 대결 우위”
소액주주연대 "오버행 이슈 해결 의지 커"
신 회장 진정성도 확인, 장남에는 실망”
소액주주 등에 업은 3자 연합, 안건 통과 기대
이번 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한미사이언스의 소액주주연대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모녀(송영숙·임주현)가 뭉친 ‘3자 연합’과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중 3자 연합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소액주주연대가 OCI그룹과의 합병 반대를 이유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3자 연합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돼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소액주주들 “주가 정상화 기대”
1일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 관련 지지선언문을 통해 “3자 연합과 형제 측의 서면 답변서를 공정하게 검토한 결과, 신 회장은 소액주주들과 이해관계가 가장 유사하다”며 “신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형제 측 지지 이후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했고 형제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 후에도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양측의 서면 답변서를 공정하고 검토하고 간담회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고 소액주주분들도 3자 연합에 의결권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48.13%가량이고,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모인 한미사이언스 연대 지분은 2.26%가량이다. 주주연대의 지지를 받으면서 50%를 넘긴 3자 연합은 상정한 안건의 통과가 수월해졌다. 3자 연합은 임시 주총에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시한 상태다.
정관 변경의 경우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신 회장의 이사회 진입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3자 연합 측도 현재 형제 측에 유리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를 5:5로 변경해 견제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8개월 만에 표심 선회한 이유
주주연대가 돌연 3자 연합을 지지하기로 한 배경엔 이해관계와 상속세 등이 있다. 이 대표는”특히 신 회장은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가장 유사하다. 주식 수만 개인주주보다 훨씬 많을 뿐”이라며 “신 회장은 지난 3월 형제, 이번엔 모녀를 지지했고 핵심적인 의사결정 논리를 따라갔을 때 연대도 같은 판단을 내리기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주주연대는 신 회장이 보여준 ‘행동하는 리더십’도 높이 평가했다. 앞서 신 회장은 1,644억원의 사재를 동원해 모녀의 상속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주식 매입 가격도 시가보다 높은 3만7,000원선이었다.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소액주주 간 간담회에서 신 회장은 소액주주들의 얘기를 귀담아듣는 등 포용적 자세를 취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수십 년간 임성기 창업회장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현재 갈등 관계인 임종훈 대표에 대해 “상속세에 대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찾아온다면 상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이때였다.
반면 오너 일가 장남인 임종윤 이사에 대해선 실망감을 내비쳤다. 주주연대는 “지난 3월 임종윤 이사를 대표로 한 형제 진영을 지지했기에 임 사장의 답변이 어떨지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며 “5인 중 임종윤 이사의 (답변서) 친필 서명만 유일하게 누락됐고, 형제 측 답변서에는 임종훈 대표가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는 점만 느낄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3자 연합은 3인 모두 서명을 동봉했을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은 주주들의 면담 요청에 대해 먼저 연락을 주고 선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조정해 간담회를 열었다”며 “신 회장 지지를 통해 오랜 갈등이 해결되고, 주주 가치가 증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앞서 진행된 양 측의 서면 질의응답, 간담회 등에서 형제 측에선 상속세 해결방안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상속세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는 해결될 수 없고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형제 측은 환매계약, 대여금 등 각각 2,000억원 내외 과도한 부채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슈 해결 의지는 모녀 측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형제 측 경영권 장악 후에도 주가 급락
업계는 소액주주들이 3자 연합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의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지분 확보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던 형제 측이 막판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OCI그룹의 합병에 반대하며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OCI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한미그룹의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됐고 ‘신주발행 가격’에 문제가 있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무시된 저가 신주 발행’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형제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 후에도 주가는 급락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지 않았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정기주총이 있었던 3월 말 4만4,000원대에서 출발해 형제 측이 경영권을 잡은 5월 말 3만300원까지 떨어졌다. 7월 초 신 회장과 모녀의 합심으로 3만3,000원대 후반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해 왔다. 주가는 지난달 31일 신 회장 간담회 이후 5만2,500원 최고가를 찍고 1일 현재 3만8,100원을 기록 중이다.
더욱이 소액주주들이 당시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OCI그룹과의 합병까지 무산돼 한미사이언스를 살릴 유일한 통로마저 사라졌다. 당시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 첨단소재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각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한미의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또한 한미그룹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에도 OCI와의 통합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현재까지 한미그룹이 체결한 신약 라이선스 계약의 유형을 살펴보면, 한미그룹의 직접 영업이 가능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 영역을 상대 회사의 권리로 넘겨 왔지만, 향후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에는 OCI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가들을 직판 가능 영역으로 남겨둠으로써 상용화 이후 매출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란 기대였다. 그러나 합병이 무위로 돌아간 이후 OCI그룹 측은 한미약품그룹과 통합 재추진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