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아’ MG손해보험, IBK기업은행도 인수 손 뗐다
MG손해보험 인수전 안갯속으로
기업은행 “IBK연금보험 안정화가 더 시급”
특혜 논란·노조 반발, 메리츠화재 인수도 제동
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MG손해보험 매각이 또다시 난항에 빠졌다. 앞서 MG손보 인수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보였던 IBK기업은행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다. 업계에서는 MG손해보험이 연내 새 주인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있는 식구 챙기기 바쁜 IBK기업은행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MG손보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익명의 내부 관계자는 “현재 (MG손보 인수) 검토는 전면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G손보 인수와 관련해 투자나 공동출자를 검토할 의향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가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업은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한 지 불과 11일 만의 일이다.
기업은행은 공동출자 또는 전략적투자자(SI)로 MG손보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 도중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 자회사로 보유 중인 생명보험사 IBK연금보험의 상황이 좋지 않아 추가 여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연금보험을 비롯한 저축성보험 상품만 판매하는 IBK연금보험은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재무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한층 커진 상태다.
IBK연금보험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205.7%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을 충족하고 남는다. 하지만 이는 경과조치를 반영한 수치로,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 지급여력비율은 89.9%로 보험업법이 제시하는 최소 기준치(10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올해 초에는 기업은행이 IBK연금보험에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2020년 12월 IBK연금보험에 1,5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IBK연금보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1,5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MG손보 인수 두고 야당 집중포화
MG손보가 매물로 나온 시기는 지난 2022년으로,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예보가 매각 주관 업무를 위탁받아 지난해부터 4차례에 걸쳐 공개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돼 현재는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진행된 수의계약 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가 참여했다.
하지만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 후보였던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혜 논란에 노조 반발까지 불거지면서 인수전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 중 MG손보 인수 건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진 것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이번 수의계약에서 서류가 미비해 낙찰 못 받은 메리츠화재가 서류를 보완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공고 기간을 10월 2일까지 연장했다”고 짚으며 “이는 수의계약 변경 공지 이후로 연장해 주겠다는 것인데, 왜 이렇게까지 MG손보 매각에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참여 요구 역시 이같은 배경에서 제기됐다.
부실자산과 채권은 제외하고 우량자산만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 또한 문제가 됐다. P&A 방식 인수에서는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경영 정상화를 명목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MG손보 노조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예보 앞에서 ‘MG손해보험 밀실 수의계약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수의계약 과정은 면밀하고 세심하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적절 특혜 논란, 경영 정상화 걸림돌
일각에선 국회가 부적절한 ‘발목 잡기’로 MG손보 인수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MG손보의 낮은 건전성과 안정성은 시장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계속되는 인수 무산이 도리어 경영 정상화를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MG손보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순이익은 88억원으로 직전 분기(37억원 적자)까지 이어져 오던 적자 행진을 끝냈다. 투자 부문에서는 8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보험 손익(183억원)이 부진을 만회했다. 핵심 이익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6,774억원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MG손보가 연내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매각 주체인 예보는 5번째 매각에 대한 공식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G손보는 예금자보호법, 금산분리법, 국가계약법 등 관련법이 정하는 절차와 원칙에 따라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매각 주체는 예보인 만큼 금융당국도 (우선협상대상자 및 추후 일정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