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증권, ‘주가조작 전과’ 부문장 후임으로 디셈버운용 대표 등용
카카오페이증권, 홀세일 수장 교체 단행
'주가조작 가담' 박지호 부문장 해임 후 디셈버운용 대표 선임
적자 늪에 빠진 리테일, 홀세일로 방어 목표
카카오페이증권이 2대주주인 박지호 홀세일 사업부문장을 해임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박 부문장은 과거 주가조작에 가담했던 전과가 있는 인물로, 증권업계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박 부문장 선임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호 부문장 선임 4년 만에 위촉 계약 해지 통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10일 박지호 홀세일 사업부문장을 해임했다. 해임 사유는 위촉계약 해지다. 눈길을 끄는 건 박 전 부문장이 카카오페이증권의 2대 주주라는 점이다. 박 전 부문장은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증권 지분 27.07%를 보유하고 있다. 또 카카오페이증권의 전신인 바로투자증권과 신안캐피탈 등을 설립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박 전 부문장이 카카오페이증권의 임원으로 선임된 건 지난 2021년이다. 당시 박 전 부문장의 취임은 증권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박 전 부문장이 2004년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가 검찰에 적발돼 구속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당시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유상증자(펀딩)에 참여하면서 주식시세 차익을 받는 조건으로 작전세력에게 거액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됐고, 이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카카오페이증권은 박 전 본부장 임명을 강행, 업계에선 이례적 사례로 평가됐다.
임원 선임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 될 요인은 없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금융관계 법령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금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의 경우 법적 문제의 소지가 없더라도 주가조작에 가담했던 인물은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는다.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증폭돼 결국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박 전 부문장의 해임도 이 같은 전력에 발목 잡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B 강화 위해 엔씨소프트 출신 인사 영입
카카오페이증권은 박 전 부문장의 후임으로 정인영 전 디셈버앤컴퍼니(December & Company) 대표이사(CEO)를 영입해 투자금융그룹장으로 임명했다.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디셈버앤컴퍼니를 창업해 10년 동안 일궈낸 정 그룹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정 그룹장은 졸업 후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가 2003년 한국기업투자 투자전략팀장으로 이직해 기존 하던 업무와는 완전히 다른 벤처캐피탈(VC)업계 투자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을 역임했고, 이후 2013년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을 창업했다. 일반 대상 ‘맞춤형 투자자문 서비스’를 그가 가진 공학기술과 접목해 제공하겠다는 정 그룹장의 비전에 공감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지도 함께했다.
디셈버앤컴퍼니 대표 시절인 2019년 4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서비스인 핀트(fint)를 출시했다. 전문사모운용 비즈니스를 비롯한 다양한 투자 업무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카카오페이증권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해 디셈버앤컴퍼니를 나오면서다. 정 그룹장은 카카오페이증권의 홀세일부문 영토 확장을 책임지고 이끌 예정으로, IB 업무를 총괄하고 신규 프로덕트 및 사업 기획, 관련 투자 활동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토스증권은 ‘흑자’, 카카오페이증권은 ‘적자’
그러나 업계는 정 그룹장이 카카오페이증권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금융투자 부문에서의 성공 이력이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정 그룹장의 주요 성과로 거론되는 사업은 핀트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익성 지표가 저조해 반쪽짜리 성과라는혹평이 뒤따른다. 더욱이 정 그룹장은 디셈버앤컴퍼니를 설립하고 10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정 그룹장이 대표직을 내려놨던 지난해 상반기 디셈버앤컴퍼니는 1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현재 카카오페이증권은 경쟁사인 토스증권과 달리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2020년 68억원 △2021년 170억원 △2022년 480억원 △2023년 513억원 △2024년 3분기 62억원 등으로 모회사 카카오페이에 적자 부담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토스증권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캐시카우로 등극했다.
두 증권사의 사업구조는 리테일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익의 절반이 중개 수수료에서 나온다. 이들의 실적 격차가 커진 배경에도 수수료 수익이 있다. 특히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실적을 극명하게 갈랐다. 토스증권의 사용자들이 올 상반기 해외주식을 사고판 거래대금은 총 68조7,785억원으로, 이는 한국예탁결제원에 집계된 전체 해외주식 거래대금의 16%를 차지한다. 이에 따른외화증권 투자중개 수수료는 650억원으로 작년 337억원 대비 92.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증권의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 성장률도 165%로 선방했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토스증권과의 격차가 여전하다. 관련 수익은 56억원으로 토스증권이 벌어들인 금액의 10분의 1수준이다.
금융업에서 미래 수익의 가늠자로 활용하는 예수부채에서도 토스증권이 앞서가고 있다. 토스증권의 투자자예탁금은 9,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전년 대비 64% 늘어난 8,032억원을 기록했지만, 토스증권과 1,800억원가량의 차이를 보인다. 이뿐 아니라 자기자본에서도 토스증권이 앞선다. 토스증권의 자기자본이 작년 말 1,612억원에서 올 상반기까지 1,992억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카카오페이증권의 자기자본은 1,917억원에서 1,719억원으로 줄었다.